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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pr 08. 2020

나만 배부르고 다들 허기진 상황.

2020년 4월 7일-나로 살기 98일째    

 

한달만에 충주에 갔다. 고모는 여전히 정신병원이 면회, 외박, 외출이 금지되어 할머니, 아버지, 나 이렇게 셋이 모이게 되었다. 충주 집에 가게 되면 저녁 식사는 거의 대부분 외식을 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집안이라 한우를 먹으러 갔다. 한우 모듬을 먹을까, 꽃등심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할머니께서 질긴거 먹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모듬에는 질긴 고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식당에서 추천해주시는 것은 꽃등심이였다. 꽃등심을 두 판 시켰다. 한 판이 몇 백그램 이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2인분 정도 된다고 했다. 그럼 두 판이니까 4인분. 식구가 3명이니까 충분하겠지. 생각이 들었다.     


꽃등심은 일하시는 분이 구워주셨고, 불판에 있는 고기를 허겁지겁 먹었다. 어느새 배가 불렀고, 이제 후식을 먹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가게에서 일하는 분이 말씀하신다. “더 안 드시면 불 빼드릴까요? 라고 했다. 아버지께서 내게 눈빛을 보내셨다. 그리고 ”더 안 먹어도 되니?“ 물어보셨다. ”네!!! 비빔냉면 하나만 주세요!“라고 했다. 할머니는 그만 드시겠다고 해서 된장찌개나 갈비탕은 주문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는 비빔냉면 하나 주문하신다길래 나는 그거 조금 나누어 먹겠다고 했다. 그릇 가득 냉면이 나왔고, 거기에 반을 덜어서 내가 먹었다. 그리고 배부르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와서 차를 탔다. 그리고 집에 도착할때까지 아무 일도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는 과일을 찾으셨다. ‘아, 후식으로 과일이 생각나시는구나’ 하고 과일을 깎고 세팅을 했다. 그런데 ... 과일을 조금 과하게 드시는 기분? 그리고 말씀하셨다. 고기 먹은 기분이 안난다고. 엥? 나는 적당한 포만감을 느끼는데... 양이 부족했나... 그제서야 알아챘다. 아까 고기 더 주문 안 해도 되냐고 물어본게 아버지가 더 드시고 싶다는 뜻이였냐고. 맞다고 하신다. 아... 그럴때만 눈치가 없다. 그리고 냉면으로 배를 채우려고 하신건데, 난 또 반을 덜어서 먹었으니... 약간. 뻘쭘. 죄송.     


꽃등심 2판에, 비빔냉면 하나, 그리고 오리 주물럭 2인분, 갈비탕 3인분을 포장했다. 거의 20만원의 비용을 쓰셨는데... 배가 안 부르시다니... 조용하던 할머니도 집에 오셔서 내 최애 간식. 홈런볼을 조용히 뜯으신다. 뭐지? 정말 나만 배부른건가... 집에서 과일 입에도 안 댈 만큼 배가 불렀다. 오늘 일은 조용히 묻고. 내일은 적당히 먹기로. 정량이 정해진 식사 이외에 같이 먹는 음식에서는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도 좀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어쨌든... 난 배부름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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