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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Aug 06. 2020

비인지, 땀인지, 눈물인지

지난 수요일에 만난 대학생 친구 이야기다. 나의 동네 친구 21살 여자 친구. 우리가 가장 최근에 만난 게 벌써 3주전이라고 했다. 세월이 진짜 빠르구나 깊게 느껴진다. 이 친구는 그동안 새벽 택배일을 시작했다. 처음에 뜯어 말리고 싶었지만, 대학교 등록금과 생활비, 자취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입장인 대학생에게 내 걱정에 하지 말아라 라고 하지 못했다. 걱정은 많이 했지만 응원해주었다. 오늘 만난 친구는 이번주까지만 일하고 그만둔다고 했다.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3주 사이에 4kg가 빠졌다고 했다.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무릎도 아프다고 한다. 그 사이 내가 알지 못하는 피로감이 이 친구에게 묻어있었다. 많이 힘들었구나. 그리고 그 고됨을 피부로 느끼고 그만두기로 했구나.     


새벽 배송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을 알려준다. 물품 배송이 많은 날은 거의 100건이 넘는다고 했다. 예전에 TV에서 택배기사님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물품이 생수라고 했다. 그 친구에게 이번 기회에 물어봤다. “정말로 생수 배송이 제일 힘들었니?” 고개를 끄덕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 꼭대기 층에 생수를 배달하게 되면, 생수는 2L짜리는 4개 묶음, 500mL도 4개 묶음이라고 했다. 양손으로 2묶음씩 손가락을 끼워서 한 번에 배달하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한다. 비인지,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을 한 번에 흘리며, 목에 둘렀던 수건은 금새 축축히 젖어버렸다고 한다.     


연예인이 많이 산다는 아파트에도 배달을 갔다고 했다. 나의 단순한 호기심에 그러면 연예인 봤냐고, 연예인 누가 사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연예인도 이름 가명으로 써서 그런 건 잘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밖에도 새벽배송 하다가 화장실이 갑자기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냐? 배고프면 식사는 어떻게 채웠나? 물품 배송은 마무리 못했는데 해가 뜨면 어떻게 했는가? 시속 몇 키로 까지 밟아봤냐?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정말로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의 대학생 때 일했던 것과 비슷한 생각들이 오버랩 되면서 얘기를 듣다가 내가 지쳐버렸다. 그래도 택배 일 그만두기로 마음 먹은 건 잘했다고. 이제 오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찾아보자고 같이 응원했다.     


9월이면 이 친구는 본인이 비인지,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을 흘리며 벌었던 돈으로 대학을 다니고 생활비로 생활을 유지한다. 눈빛에 일렁이는 그것들을 잘 해내기를. 값진 시간을 보낸만큼 너의 시간을 충분히 잘 지내기를 바란다. 그것도 너의 몫. 내가 말하면 꼰대. 스스로 잘 겪어보기를. 옆에서 응원은 계속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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