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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Nov 11. 2020

가장 기억에 남는 빼빼로데이는?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가장 기억에 남는 빼빼로데이는?


공황장애로 정신과 보호병동에 입원했을 때.

잠시 병문안 온 아버지와 함께 병원 지하에 있는 마트에 갔다.

마트에는 즐비하게 빼빼로 포장들이 있었고, 내가 병동에 누워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가고 있고, 벌써 빼빼로데이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께 빼빼로를 사달라고 했다. 

한 두 개 사가면 병동 환자분들 나누어주다 보면 끝나니까 양 많은 것으로 사달라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책가방처럼 생긴 빼빼로 세트를 사주셨다. 그것을 가방처럼 메고 잠시 아픈 것도 잊고 기분 좋은 달콤함을 느꼈다. 비록 나는 환자복을 입고 병원에 있지만, 그래도 나도 계절과 유행에 관심 있는. 한때 빼빼로를 주고 받았던 연인들을 회상하며 즐거워 할 줄 아는 30대 초반의 여자라는게 떠올랐다. 옆에 꽃가게가 있었다. 병원에 있는 꽃가게다 보니까 생화를 판다기보다는 조화가 가득했다. 그리고 겨울이 다다랐기에 크리스마스 시즌 꾸며 놓은 것을 봤다.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나도 곧 나아서 겨울을 기다리며, 꽃을 기다리며, 누군가를 위해 빼빼로든 뭐든 즐거워하는 무언가를 받고, 나누어 주는 때가 다시 올거야. 그렇게 희망하며 난 병실로 돌아갔다.    


보호병동이라 다시 들어가기 위해 물건 검색을 한다. 빼빼로 책가방에 매달린 끈은 반입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끈은 모두 잘라내고 빼빼로 통만 들고 병실로 돌아왔다. 내가 큰 빼빼로를 산 것을 보고 같은 병동을 쓰는 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나는 양껏, 맘껏 나누어 주고, 흰 색 옷을 입은 보호사님? 무튼 그분들이랑 간호사분들에게도 나누어 줬다. 그리고 내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내 몫의 빼빼로를 먹었다.  

   

하얀 병실, 하얀 벽, 하얀 침대에, 나누었던 빼빼로. 그 달콤함이 지금까지 먹어본 초코과자 중 최고의 맛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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