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내 목소리를 처음 듣다.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1월 26일(일) - 퇴사 후 26일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깨어났다. 밥솥에 남은 밥을 긁어모아 찌개에 말아먹었다. 배가 불렀다. 소화시킬 겸 다시 누웠다. 눈을 감고 뜨고 다시 감고... 해는 지고 어둑어둑해졌다. 오늘따라 주변에 소란스러운 소리도 없고 동네 개도 짖지 않았다. 자동차가 집앞 과속방지턱을 지나가다가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고는 했는데 오늘은 그런 소리를 일절 듣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는 산책을 하지 않고 집에 누워만 있는 게 목표라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충실히 누워서 지냈다.


저녁 8시쯤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였다.

“오늘 하루종일 뭐했냐?”

“푸욱~ 쉬었습니다. 어머! 저 오늘 제 목소리 처음 들어봐요.”

오늘도 난 일요일이라는 기분에 백수라 놀아도 눈치 안 보인다는 생각에 열심히 누워만 지냈다.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확인을 한 후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에게 나는 하루종일 쉬었다고 말했다. 내가 일하는 지난해 동안 그분은 구직활동 노력은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내가 백수가 된 올해 1월 1일, 그 분은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의 이유로 인하여 못 만난지 한참되어서 얼굴을 까먹을 것 같다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내일은 본인 약속이 없고 나도 노니까 만나자고 했다.


‘아, 내일 일정이 없으시구나’

‘아, 내가 내일 누구 만나는 일정이 없구나.’

그리고 말했다. 내일은 별일없기는 하지만 누굴 만나고 싶지 않으니 다음에 만나자고 했다. 백수라서 노는 날이 많다고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그 사람의 시간을 맞춰야 할 이유는 없다. 상대방은 나보고 또...또... 공황장애라서 또 나오기 싫으냐며 말한다. 음... 공황장애라서 만나기 싫다기 보다는 당신을 만나고 싶을만한 감정이 들지 않아서이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직장을 그만둔 이후로 최고의 휴식을 보내고 있다. 이 휴식을 망치고 싶지 않다. 이 타이밍이 지나면 해야하는 일정과 신경써야 할 것들에 관심을 줘야한다. 백수라고 내 시간이 만인에게 허용된 시간이라고 헛물켜지 마시기를.


다시 방바닥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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