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일(일) - 백수 33일째
나의 취침 시간은 백수가 되고 나서 새벽 4~5시 사이이다. 그 시간에 취침하면 오후 1~2시 정도에 기상한다. 오늘은 임시보호 하는 강아지 콩순이 낑낑대는 소리에 잠을 편하게 못 잤다. 방이 2개 있어도 하나는 옷과 책으로 둘러 쌓여있고, 다른 방 하나는 손님이 자고 있어서 나는 거실에서 주로 잔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본인 집에서 잘 자고 있는 것 같더니 쪼르르 내 곁으로 와서 잠든다. 너무 새끼 강아지라 어미를 찾는 것인가? 환경이 낯설어서 그런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엄하게 개집으로 돌려 보냈을텐데...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어르고 달래며 아침 8시 30분까지 잠을 못 잤다.
같은 이불을 덮고, 내 옆에서 콩순이는 남은 이불을 끌어모아 깔고 잠들었다. 내 곁에서 숨쉬는 생명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에 기분이 묘했다. 고작 이틀 임시보호 해주는 것인데 너무 정 주지 말자고 혼자 다짐해놓고 몇 분? 몇십 분을 강아지 자는 모습만 바라본다. 아침 8시 30분에 방에서 자고 있던 손님이 깨서 거실로 나왔다. 그 손님에게 강아지를 맡기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쪼만한 꼬물이가 얼마나 신경쓰이는지 지금까지 잠 못 이룬 내가 참 재미나다. 내가 백수라는 것도 잊은 채 온전히 이틀은 콩집사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조금 우려되는 것은 강아지 배변에 기생충이 섞여 나왔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 있지만 그런 변은 처음봤다. 그리고 자꾸 구역질을 하는데 피가 섞여 나온다. 먹는 것도 시원찮고. 당장이라도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주사도 맞히고 종합검진을 해주고 싶은데, 난 이틀짜리 집사일뿐. 그 몫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중 2 친구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이 주변에 동물병원. 새로 짓고 물건이 들어오는 중이고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어제 병원에 가봤을 때 풍경이였다.
오늘밤도 우리는 한 이불을 덮고, 깔고 잠들겠지? 콩순아, 사실 언니는 잠잘 시간이 아닌데 너가 잘 잠들었으면해서 자는 척 누워만 있는거란다. 잘 먹고, 잘 자고, 좋은 꿈 꾸거라. 내일이면 나도 헬스장도 가고, 우체국에 우편물 보내러 다녀오고, 카페 가서 책도 읽고, 글도 쓴다. 그게 나의 일상이다. 내 곁에 이틀 머물러줘서 고마웠어. 이벤트 같은 이틀이였다. 건강하자. 콩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