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십만원 이상 내시면 어떨까요

by 양수리 감성돈

2020년 2월 10일(월) - 백수 41일째


대학원 다닐 때 논문지도 교수님이 정년퇴임이라고 한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그룹채팅방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리고 교수님 지도 학생이였던 분들이 교수님 만나서 식사 한 끼 하자고 했다. 대학원 공부가 힘들고 지방대 다니다가 수도권으로 온 것도 처음이라서 그때의 기억은 많이 힘들었다. 석사 논문 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고. 피드백 받으러 갈때마다 마음 졸이던게 생각난다. 그래도 교수님이 정년퇴임이라고 하니까... 인사라도 드리는 게 맞는걸까. 나 백수인데 주변분들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지? 선물이라도 사서 가야하는건가? 고민이 됐다. 그리고 한마디에 정리되었다.


교수님 지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모으자는 의견이였다. 당연히 회비가 필요할테지... 그런데 다음 글이...

“금액 정하시는게 부담스러우실 거 같기는 한데, 아주 조심스럽게 최소 십만원 이상 내시면 어떨까요”

라고 대화창에 대표분이 쓰셨다. 아... 나는 가지 말라는 거구나. 내가 요즘 시대를 잘못 읽고 있는건가, 최소의 회비가 10만원 이상이라는 게 내 생활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다들 그만큼 벌고 다들 그 정도의 비용은 회비라고 낼 수 있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정년퇴임이신데. 그 정도 회비를 걷을 수도 있지. 내가 혼자 자격지심에 찔린건가. 오늘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됐다. 대표분은 그룹채팅방에 있는 멤버에게 한명씩 전화를 할거라고 했다. 그럼 내게 전화가 걸려오면 나는 전화를 받아서 죄송하다고 사연이 있어서 못 가고 회비도 못 낼 것 같다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전화 자체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고민된다. 교수님도 이렇게 회비 걷어서 식사 대접하고 선물을 구입하시는 걸 바라실까. 그 최소 기준이 10만원 이상이라는 것도 아실까.


내 정성과 진심을 담아 손편지를 쓰고 싶은데. 그것마저 초라해보인다. 아버지를 오랜만에 뵈었을 때 곰탕 한 그릇, 장어 한 마리 내 돈으로 사드리지 못했다. 내 가족의 입에 들어가는 맛있는 것도 내 돈으로 못 사주는데. 남의 입에 들어가는데 돈을 쓰기에는 어지간히 힘들다. 나는 결국 결론이 난 채로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삶이 다르니까. 각자의 돈벌이는 다르니까. 이번에 나는 그 최소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참여하지 않는 걸로. 기죽지 말고 난 나만의 백수의 길을 찾는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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