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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달 Oct 08. 2024

숲 속을 걸어요

광릉국립수목원

광릉국립수목원, 광릉숲.


가평에서 일 보고, 가보려고 수목원 주차예약부터 했다. 그랬더니 차 번호를 인식한 차단기가 열려 곧장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는 길 내내 나무들의 호위도 받면서.


연꽃으로 유명한 운악산 봉선사를 지나고 광릉을 거쳐 광릉국립수목원 정문까지 가는 길은 숲터널이다. 그 길과 나란한 데크길로 걷는 사람들도 있는데 차도 속도를 최대한 늦추면 좋은데 늦추게 되기도 한다. 뒤에 바투 따라오는 차가 있으면 모를까. 길가에 우뚝 솟은 나무들이 안단테, 안단테 춤을 춘다.


광릉은 조선 7대 왕인 세조와 정희 왕후의 능이다. 광릉을 보호하는 사찰 奉先寺는 남양주인데 수목원길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는 포천시 소흘읍'이라는 팻말이 있다. 남양주시와 포천시의 경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광릉숲은 과거 세조의 사냥터였고 1,157ha라는데 규모가 잘 와닿지 않는다. 안에 들어가 보니 하루에 다 섭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계절마다 와서 코스마다 느릿느릿 쉬엄쉬엄 걸어야만 '한번 둘러봤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시경 도착했는데 햇살이 순해지고 있어서 사진도 잘 받고 예쁘게 나와 흡족했다.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것 보고 되새김질하며 행복의 순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까.




그림자하고 나하. 빛이 빚어낸 작품이다.






뿌리가 땅을 뚫고 나왔다. 숨이 차고 답답했던 걸까. 낙우송의 기묘한 뿌리혹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나무계단으로 올라가면 광릉숲 너머 산도 보고 올라오기 전 아래숲도 내려다보는 맛도 있다. 평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호젓함은 덤이다.



한 아름이 넘는 굵은 허리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다. 자꾸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나무들은 키가 같은 이웃 나무의 가지 끝이 맞닻는 곳까지만 뻗는단다. 이웃 나무를 위해 그 이상은 뻗어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는 몸으로 사는구나.






다들 마음속 어떤 염원을 올려놓고 간 걸까. 각자 품은 '원'이 하늘에 가닿았으면 좋겠다.






쉬었다 가라고 이렇게, 그것도 탁 트인 곳에서. 온 세상 다 나를 위해 예비된 것 같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느껴지는 시간이 다시 오면 좋긴 할 것 같다.





호수는 잔잔하다. 남자 팔뚝 두 배만 한 잉어도 헤엄치고 뱀도 흐느적거리며 물살을 가르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지만 평화롭다. 靜中動.

쉬어가라고 호수 주변에 통나무 카페도 있다. 추운 날에는 몸을 녹이기에 딱 좋을 곳이다.






'참, 예쁘다. 엉겅퀴 같긴 한데....'

"고려엉겅퀴"


아무런 설명 없이 툭 내뱉고 가버린 남자. 제대로 된 장비로 사진을 찍는 그가 부럽다. 난 안돼, 덤벙거리는 성격에 저런 걸 다 어떻게 간수한담, 힘들 게 뻔하다.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도 못할 테니 부러워만 하고 하진 말자. 폰사진이나 제대로!





개암나무 열매가 땅바닥에 한가득이다. 밤 하고 비슷하지만 밤보다 못하다는 뜻에서 '개+밤나무'에서 변한 이름이 개암나무라고 들었는데, 참 이름 잘들 짓는다. 



군데군데 피어난 꽃들도 저마다 이름이 있을 텐데 나는 알지 못해 '가을꽃'이라고 퉁쳐버린다.






아쉬움 달래며 주차장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만난 팻말. 명품숲 인정합니다! 한 달 후쯤 단풍 들면 다시 올 겁니다. 꼭, 꼭, 꼭 약속.

'다시 올 터니 잘 물들고 있다가 곱게 물들면 내게 기별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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