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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요가일기 15화

요가 컴업 떡? 언젠간 나도 돌리고 싶네요

by Slowlifer

매일 요가원을 가면서 내가 가장 크게 의식하며 수련하려고 하는 부분은 단연 ‘남과 비교하지 않기’이다. 하지만 나도 두 눈이 달린 사람인지라 가끔은 오랜 기간 수련을 통해 혹은 타고나길 탄탄한 코어의 힘을 가진 분들이 척척(?)해내는(아마도 타인의 시각에 한정해서) 아사나를 힐끔 거리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따라가려고 어떻게든 나를 몰아붙였을 테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지지 않았던가. 모든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절대적인 비교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그저 한 발짝 떨어져서 속으로 박수를 쳐주는 정도의 거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그 경지에 다다르기까지 그분들도 얼마나 많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었을까 상상해 보며,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쌓여 내게도 그런 이야기가 쌓이길 기대해 보며.


오늘은 4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시는(대부분의 오랜 요가 수련자들이 그러하듯 아마 실제로는 더 나이가 있으실지도 모르겠다) 분이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끝에 컴업으로 올라오는 동작을 이어서 해내시는 걸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우와”라는 조금 주책맞은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놀라움이 컸다. 그도 그럴만한 게 컴업이라 불리는 요가 자세는 성공하기 어려운 자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베이직 요가를 하는 내가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화장기 없지만 맑은 얼굴에 평온한 미소, 그리고 군살이라곤 보이지 않는 균형 잡힌 탄탄한 몸매. 요가원에서 만나는 나보다 나이를 먼저 더하신 분들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나도 요가를 계속하면서 저렇게 건강하게 나이 들어야지 ‘.


여하튼 남을 의식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겠다는 내 다짐을 순식간에 깨어버린 컴업 동작.


원장님 말에 따르면 워낙 힘듦 동작 중에 하나라서 어떤 요가원에서는 컴업에 성공하면 ‘컴업 떡’을 돌리며 축하를 하곤 한다고 했다. 신기한 요가 세상의 문화를 새롭게 알게 되며 부러운 마음으로 얘기했다. “저도 언젠가 컴업 떡 꼭 돌리고 싶네요.”


무엇보다 신기한 건 내 마음에 조급함이 사라졌다는 거다. 지금 당장, 이 아닌 언젠가,라고 스스로에게 시간을 넉넉하게 주며 재촉하지 않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


다른 사람을 의식하더라도 무조건 타인을 경쟁상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 이면에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노력과 그들만의 이야기를 가늠해 보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가 요가를 통해 많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햇볕은 한여름만큼이나 따가워졌지만 여전히 창문 사이로 시원하고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오는 6월 초, 초록초록한 나무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읽고 싶던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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