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께 퇴사를 알렸다

저는 지금 병가 중입니다 2

by Slowlifer

가끔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쉽게 말할 수 있는 일들도 오히려 가족에게는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이 나의 병가 사실이었고,

그리고 나의 퇴사 사실이었다.


어쩌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들일까 싶지만

왜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병가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부모님께 그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말한다고 해서 나를 책망하거나 비난하거나 할 분들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지만 모르겠다.


그냥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 같은 동생에게만 직접적으로 털어놓았고 양가 부모님은 남편을 통해, 동생을 통해 대충 내가 무슨 문제가 있구나 짐작만 하시는 듯했다.


속시원히 당사자가 터놓질 않으니 먼저 나서서 물어보기도 어려웠던 모양이다.


아마도 날 위한 마음에서 나온 배려인 듯 하지만 사실 조금 외로웠다.


그냥 걱정하면 걱정하는 대로 괜찮냐고 물어봐주길 바랐는데 아무도 내게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병가가 끝나가고 퇴사를 확정하자 왠지 모르게 다 털어놓고 싶었다.


시시콜콜 내 이야기를 잘하지 않던 맏딸인 나,

퇴사를 통보하고 돌아오는 길 엄마가 생각이 났다.


엄마에게 퇴사를 알리고 싶었다.


엄마는 당황한 듯했지만 애써 태연하려 애쓰는 듯했다. “엄마, 나 오늘 회사 그만둔다고 말하고 왔어 “ 그 한마디를 뱉고 나니 가슴에 나도 모르게 쌓여온 무언가가 훅 빠져나가는 후련함이 느껴졌다.


퇴사통보보다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르던 건

가족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고 싶다던 나의 책임감이었던 모양이다.


아프면 아프다 말해본 적 없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아픔을 혼자 이겨내려 애썼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이제야 나는 내가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이런 시간을 보냈었고,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낼 건지에 대해 털어놓았다.


시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내 입으로 내 상황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래, 야무져서 뭘 해도 잘할 거야. “


알아서 잘할 거라는 무한한 믿음은

지금의 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던 반면

가끔은 폭력으로 느껴졌었다.


그 부담감은 과도한 책임감으로,

그리고 그 책임을 다 하지 못했을 때

그분들에게 안길지 모르는 실망감에 대한

걱정으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감사히 그 믿음을 받으려 한다.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야 할 때이니까.


내 입으로 내가 병가를 마쳤고,

그 시간을 지나 퇴사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부모님들께 알리고 나니

나는 이제 다음으로 나갈 완전한 준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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