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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하나로 대표가 되었습니다

by Slowlifer

선배들이 하나 둘 독립을 해서 '대표'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줄 때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만큼 대표라는 직함은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그런 단어로만 여기는 게 더 자연스러웠던 직장인으로써의 나의 12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결심을 했다.


대표가 되기로.


사실 대표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기 보다는

그저 누가 시키는 일 말고 내가 만드는 일을 해보겠다 라는 결심이었다.


이 결심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우선 세상에 대한 관점이 180도 바뀌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개인 사업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회사 밖을 나오고 난 뒤에서야 볼 수 있었다.


직장인이었던 내게

내 주변은 당연하게도 직장인들이었다.


알게 모르게 그 형태의 삶이 표준이라 여기며

가끔은 안정감도 느끼면서 그렇게 살아왔었다.


울타리 안에 있을 땐

내가 울타리 안에 있는 줄 몰랐는데

울타리 너머의 세상을 보니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작은 세상의 일부에서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표가 되는 일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했다.


내 사무실의 상호를 정하고,

국세청홈택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사업자 등록을 하면 끝.


나는 내가 만든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대표라는 직함이 적힌 명함을 손수 제작했다.


1인 사무소의 대표가 되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달라진 것은 이제 나는 더이상 '월급'이라는 것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그리고 더 이상은 누가 나에게 무슨 일을 시키지 않는 다는 것 뿐이었다.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는 간소한 출발을 했다.


고민 끝에 비상주 오피스 주소를 대여해서 사업자 등록을 마쳤고

나는 사무실도 없이 오직 내 몸뚱이와 노트북 한 대로 내 사무실을 오픈했다.


실체가 없는 사무실이었지만

시작과 동시에 온라인상에는 내 사업의 흔적이 하나 둘 남겨지고 있었다.


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두고 오픈을 할까?

고민 했던 적이 있다.


나는 그 고민을 그만 두고,

오픈부터 하고 준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볍게 시작해야 초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유는 그게 다였다.


지난 날 만약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이라는 선택지는 내게 없었던 것처럼,

그래서 휴학 후 어떻게든 졸업 기한을 미루는 사람들과 달리

미련없이 대학 졸업 후 자격 시험을 준비 할 때처럼,


나는 다시 한번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그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나도 모른다.


지난 12년이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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