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그냥 해

이제 나도 내 거 할래요

by Slowlifer


더도 말고 한 발 정도 먼저 앞서 간

사람들의 조언은 참 귀하다.


“이제 내가 말 안 해도 잘 알잖아?

이게 될까, 저게 좋을까,

고민할 시간에 뭐라도 그냥 해. “


너무 당연한 ‘팩트’여서

꼭 남이 말해줘야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게 그 한마디가 그랬다.


정신이 번쩍 들다 못해 난데없는 팩트공격에

한 대 맞은 듯 얼얼하기까지 했다.


분명히 방법은 ‘그냥 하는 것’ 하나뿐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처음 하는 일은 늘 그렇듯

주춤주춤 주저주저, 행동 전 고민이 많다.


그래서 주춤할 때마다 떠올리기로 했다.

그냥 하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보일 거야


그랬다.

늘 한 발을 떼서 앞으로 나아갔을 땐

발을 떼지 않았을 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름답게 청사진이 쫙 펼쳐진 건 아니다.

때로는 보일락 말락,

때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배의 무심한 듯 진심인 그 말처럼, 그렇게 그냥 하다 보면 분명 뭐가 되었건 내게 남는 한 가지는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그 한 가지가 내게 또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도.




그래서 그냥 시작했다.


막연히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엔 개업을 해야지 속으로 대략적인 기한을 세워놓고선 그 사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도전했다.


내가 어렵지 않게 여기는 것부터 하나씩

나의 무기로 만들기로 했다.


그게 내겐 글쓰기였다.

주절주절 일기처럼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했던 글쓰기가 필요한 곳은 생각보다 많았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건

정말이지 지금의 내 상황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고객 하나 없이 개업을 하겠다는 나의 결심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건

온라인 브랜딩뿐이라는 판단을 했다.


여러 가지 툴이 있지만 글쓰기가 제일 편안한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선택한다.


이미 일상 블로그를 하고 있기에 제법 익숙했지만,

정보성 글은 일상 글과 결이 달랐다, 많이.


그렇게 시작을 하니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뭘 더 보충하면 좋을지,

내게 뭐가 더 필요한지.


나를 더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려면 임시 닉네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브랜딩의 목표는 결국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것,

즉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전문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 유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신뢰가 구축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 이름을 걸어야 했고

정식 상호를 내세워야 했고

내 얼굴과 목소리를 드러낼 타이밍이라는 걸

적극적으로 ‘나’를 홍보해야 함을 깨달았다.


하나를 시작하니 다음 시작에 탄력을 얻는다.




어떤 경험이 되었건 헛된 경험이 없다는 것을

새삼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하고,

‘내 것’을 만들어가며 잡기를 익히는 중이다.


요즘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


바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잡기에 능한 사람들.


이 사람들의 잡기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기에,


한 분야만 깊숙이 파는 것만이 멋지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는 이제 또 한 번 생각의 변화를 겪는다.


그냥 하라는 말,

그것은 그냥 대책 없이 저지르라는 말이 아니다.


움직여야 다음이 보이고

내디뎌야 그다음 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3화저 이제 제꺼 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