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곧 다시 일할 수 있겠다

by Slowlifer

문득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가 조금은 다시 채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몇 달간 일과 관련한 생각은 떠오르는 그 자체로 나의

얼마 남지 않은 에너지를 갉아먹곤 했었는데, 왜인지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자연스럽게 ‘돈 버는 나’를 다시 떠올렸다.


질릴 대로 질려버려 돈은 그냥 안 쓰거나 덜 쓰면 그만이지 이 생활은 죽어도 다시 못한다는 마음이었는데, 어쩌면 다시 ‘일하는 나’로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 기분이랄까.


일시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지만 회복의 신호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굳이 회복하려는 나의 발목을 내가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작년 겨울 이후, 끝없이 바닥을 치고 바닥을 치던 나의 감정선이었다. 아마도 나를 움직일 수밖에 없게 하는 나의 작고 소중한 아기가 없었다면 나는 꼼짝 않고 더 긴 시간 동안 침대 속에 웅크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내 안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는 것이 퍽이나 반가웠다.


짧은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삶을 보고 돌아와서일까, 지금 나의 고민이 돌이 켜봤을 때 내 삶에 얼마나 큰 부분 일까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생각보다 쉽게 내려졌다.


한동안 매몰되어 있던 내 감정이 어느 정도 출구를 찾은 듯한 기분이다.


결국 쉼이란 이런 것인가 생각해 본다. 늘 내 옆에 있었지만 내가 매일을 숨 쉬어내는 게 바빠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들을 비로소 알아차리게 해주는 시간.


네 달 정도 온전히 내 호흡 회복에만 집중했더니 이제야 슬며시 다시 일할 용기가 생기는 걸 보니 내겐 분명 시간이 필요했었구나 깨달으며 내 결정을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어진다.


일을 다시 한다는 게 꼭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지금 맛보는 해방감에 일조하는 듯하다. 나는 얼마든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다시 나의 소중했던 커리어를 살려낼지, 정말 나다울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아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지금 나는 적어도 긴 터널의 어둠의 끝자락에 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어쩌면 곧 다시 세상에 나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만으로 내 불안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느낌이다.


나는 병가를 통해 나 스스로에게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고 이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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