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을 뿐

by Slowlifer

작년 1월 병가를 신청한 이후

나는 나의 인간관계의 범위를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좁혔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버거워,


자연스럽게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지고 있었기에

나의 자발적 고립은

이를 더 가속화했을 뿐이다.


그 사람을 떠올렸을 때

피로감보다는 보고 싶은 마음이

큰 사람들만을 만났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앞으로도 내가 함께 갈

사람들이 아닐까도 생각해 봤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회사를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날 이후

어제 나는 처음으로

나의 친구 중 하나에게 이 사실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그 과정을 모두 함께해 온

남편과 친구 하나를 제외하곤

나는 굳이 나의 병가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왜인지 속으로는

늘 마음속 한구석이 떳떳하지 못한

찝찝함으로 남아있었다.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생각이

두려웠던 것 같다.


남들 다 견디는 걸

나만 유난 떠는

나약한 존재로 비치기가

두려웠다.


그럴수록 나는 세상에서

멀어져 갔고

스스로를 더욱더 고립시켰다.


하지만 어제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조금씩 세상 속으로

다시 발을 디딜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내가 덤덤하게 지금 나의 현실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그 순간, 그리고

언니의 진심 어린 한마디로.


“너는 도망친 게 아니라

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 거야

그게 더 용기 있는 거지. “


결국은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치유받아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의 이 순간을

‘도망’이라 표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어렵지만 큰 결단을 내린

‘용기’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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