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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갬성장인 May 19. 2024

독립선언문(?) 낭독과 어설픈 회유

언제까지 바보스럽게 굴래?

교통사고가 난 후 한 달간 오전근무 후 병원에 들렀다 퇴근했다. 

부장은 병원 진료도 일을 하던 중 사고가 있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니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했다. 

오전근무 후 병원진료까지 마치면 오후 3~4시쯤 되지 않느냐기에 그렇다 하니 그럼 나머지는 조퇴가 되는 것이기에 근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했다. 

오히려 회사의 배려라 생각하고 치료가 끝나면 더욱 열심히 해주었으면 한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을 일이다. 

당시 연차가 없어 사정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쉬었고, 

여름휴가는 돌아가며 날짜를 정해 3일씩 다녀오고 있었다. 

작은 회사는 다 그렇게 한다 하였다. 

당시의 나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오전근무 후 병원에 들렀다 퇴근하는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당시 회사는 대표가 있었지만 영업 등의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 번 출근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반나절정도 사무실에 있으면 엄청 오래 있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실질적인 대표는 부장이었다. 


치료가 시작된 지 한 달여가 지나니 허리 아픈 것도 잠잠해졌고, 부장이 곧 독립한다는 소문이 있어 상당히 어수선하였다.

이런 어수선함 속에서 아무것도 모른 체 지내고 싶지 않아, 정상적으로 출·퇴근하겠다 이야기하였다. 

내가 회사에 있다 해서 달라질 것도, 대처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만 혹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였다. 

한 달여 만의 오후근무, 병원 진료 후 집에 있던 때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그나마 1년 여가 지나며 일이 손에 익어 작은 규모의 설계, 발주, 공사, A/S 등은 도맡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어느 오후였다. 

난데없이 부장이 다들 모였으면 한다 했다. 

'뭐지?' 의아해하며, 사무실 가운데 회의 탁자로 향했다. 

"저는 이제 독립하려 합니다. 대표님께 오래전에 말씀드렸고, 허락하셨습니다." 

그렇다. 부장이 곧 독립한다는 소문은 사실이었고, 과장과 천정민대리 이렇게 세 명이 조그맣게 시작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부장, 과장, 천대리가 진행하던 일은 독립해서도 이어서 하는 것으로 대표와 상의하였으며 등의 세세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약간 술렁이기는 하였지만 부장의 독립은 모두가 알고 있었던 터라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 독립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천대리는 나와 잠깐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김정우기사! 한 달 정도 지나고 부르려 하니 와요!" 

"예? 부장님과 과장님은 저 싫어하실 텐데요?" 

"언제까지 여기서 기사로만 있을 거예요? 정진호기사도 몇 달 있다가 올 거예요. 

 그래도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거였구나, 진호형은 몇 달 동안 이곳에 남아 진행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되었구나, 진호형이 몇 달 동안 함께하지 못하니 도면 그리고 잔심부름할 사람이 없었고, 새로운 이를 뽑자니 허름한 사무실, 이제 갓 생겨난 회사에 과연 누가 오려할까 싶었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에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겠다 하니 그는 생각할 필요가 있냐며, 부장과 과장이 나를 다시 봤다, 오는 것으로 알겠다 했다. 

이렇게 난데없는 독립선언문(?) 낭독과 어설픈 회유가 있었고, 이후 더욱 바보스러운 건 한 달여가 지나 내가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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