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 삶의 첫 번째 선물 같은 쉼을 기다리다.

나 스스로에게 선물한 소중한 쉼을 기다리며

by 갬성장인

나 스스로에게 첫 번째로 주었던 선물 같은 시간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코웃음을 쳤을 혹은 안쓰럽다 했을 시간

하지만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

마치 어린아이가 손가락을 꼽아가며, 생일을 기다리듯 기다리고, 기다린다.


피난대피훈련 이후 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더 이상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제 긴 고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서둘러 병원을 찾았고, 나에게, 내 삶에 과연 한 번쯤이라도 들어볼까 말까 한 병명을 들었다.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 즉, 쉽게 이야기하면 우울증 문제는 우울증뿐만이 아니었다.

극심한 불면증과 함께 동반된 공황장애 증상이 나에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리고 그로 인한 엄청난 감정의 기복이 생활 전반에 스며들었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호운과 여름에게 현재 나의 상태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나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임을 매우 아픈 상태임을 털어놓았고 다시금 호운에게 도움이 필요함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호운아, 네가 형이 담당하는 사업장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녀석은 담담했다.

예상이나 한 것처럼

"형님의 건강이 가장 먼저여야 합니다.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형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 이야기했다.

항상 믿음직스러운 녀석이긴 했지만 내심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고마웠다.

"쉬시면서 뭐 하실 생각이십니까?" 녀석의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간단하게

"쉬면서 생각해 보려고. 책이나 왕창 읽으며 카페 투어나 다니려고"라 대답했다.

인수인계로 가용한 시간이 대략 일주일 남짓이었다.

물론 내가 치료에 집중하며 쉴 생각이었기에 궁금한 것은 연락해도 된다 이야기했지만,

인수인계에서 인수자의 입장에서 연락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시기 호운과 시헌도 인사발령을 위한 인수인계가 필요한 시간이었기에 인수인계 기간이 상당히 짧았다.

시헌은 호운의 담당사업장에서 1달여간 지내다 그만두었다 들었다.

아마, 나의 휴직에 시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던 때였고, 나 역시 그 말을 부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의 무책임함과 불성실함으로 힘들었던 지난 1년 여가 아니었던가

호운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여름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맘때 여름은 부쩍 눈물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참 미안했고, 안타까웠다.

강해보이기만 하던 이가 부쩍 약해졌었고, 힘들어했다.

돌아오겠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수없이 이야기했지만 나의 병가일자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사소한 이야기에도, 작은 행동에도 눈물을 보였다.

여름이 이렇게 여린 이였는지 미처 몰랐다.


아마 병가 전날까지 나를 갈등하게 한 이는 호운과 여름이 아닐까 싶다.

당시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미안하며 고마운 사람들이었기에 마지막 날까지 이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일까,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