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주말에 영화 <승부>를 봤다.
이 영화는 스승과 제자 관계이자
한국 바둑계의 두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대결을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 작품이다.
바둑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승부의 과정은
우리 인생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바둑을 대하는 태도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
다음은 영화에서 가장 기억 남는 명대사다.
1.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2. 답은 없지만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과거의 나는 남들이 요구하는 목표를
쫓으며 살았다.
남들을 늘 의식했다.
결과가 안 좋으면 무너지기 일쑤였다.
결국 나에게 남는 건 하나도 없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신만의 승리보다 남들의 인정을
더 중시했다는 점이다.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진정한 삶의 승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인생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
삶의 끝에서 마주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긴요하다.
헤밍웨이의 소설<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개인적인 결과와 남들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고기 잡는 일에만 최선을 다한다.
고기 잡는 일 자체가 목적이다.
자신만의 소명을 가지고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온 정성과 힘을 다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실패와 시련 속에서도
긍정과 용기를 잃지 않고 치열하게
자기 자신과 투쟁한다.
이를 통해 끝내 진정한 자기 승리, 자기완성을
이룩한다.
산티아고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어.
사람은 파멸 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진 않아.”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하지만 난 우선 정확하게 하겠어.
그래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걸 놓치지 않으니까.”
거대한 세계와 버거운 인생 앞에서
어떤 자세로 직면할 것인가?
우선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우주가 직접
나에게 준 소명이라고 여긴다.
그다음 오랜 세월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수행한다.
그러면 결국 어떤 경지에 이른다.
이는 곧 자기완성이라 부른다.
자기완성이란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게 아니라
매일 나만의 새로운 지점을 세우고
부단히 걸어 나가는 일이다.
즉 삶이 내 앞에 갖다 놓은 모든 일에
온 마음과 영혼으로 최선을 다하는 행동이
전부다.
이러한 수행의 길은
자기만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확립해 준다.
또 나의 존재론적인 의미와 가치를
충만하게 만든다.
이것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으로 살다 가는 인생이다.
얼마나 많은 걸 성취하느냐보다
더 절실한 건 매일 반복되는 일에
항상 진심을 다하는 일이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늘 진실한 마음으로 지금 하는 일에만
묵묵히 집중하다 보면,
이 순간들이 앞으로 올 미래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당장에는 오늘의 작은 피땀이
의미 있을까 싶지만,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계속 쌓이고 쌓이면
큰 행운과 기회로 돌아온다.
기적 같은 우연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나도 얼마든지 원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말기.
오늘의 해가 뜬다.
아침 햇살에 감긴 채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수첩에 적는다.
하나씩 완수해 나가는 기쁨을 내 안에 축적한다.
나는 이 행위를 내일도 모레도 반복한다.
매일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