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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이 180도 다르게 느껴진 이유

by 박가을





2022년 8월 27일은

내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016년 6월 이후 7년 만에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을

떠난 날이기 때문이다.


건강과 체력 문제로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다.


7년 뒤 몸이 좋아지자마자

엄마와 동생 셋이 여수로 향했다.


그동안 아프고 슬픈 일들이 많았고,

동시에 책도 미친 듯이 읽었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 덕에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여행을 가면

화려한 볼거리가

눈에 가장 먼저 띄었다.


새로운 곳으로 가는지,

좋은 숙소에서 머무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얼마나 재밌게 놀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맨 처음에 보였다.


엄마 팔짱을 끼고 길을 걷다가

곳곳에 흐르는 행복한 장면들을 포착했다.


엄마아빠 주변을 맴돌며 풍선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산 핫도그를

함께 맛있게 먹는 20대 청년들,

딸이 찍어주는 카메라 앞에

수줍게 서 있는 80대 노부부,

손잡고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연인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같은 장소에 있는 주변 사람들의

즐거운 표정과 웃음소리가

내게 또렷이 닿았다.


여행지에서 나를 행복으로 채워주는 건

지금 이 순간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집중, 몰입’은 내 인생에서 중요한 단어다.


‘후회 없는 삶을 살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에 대한 내 답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충실하기’였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조금이라도

올라올 때마다 곧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라는

문장을 의식적으로 떠올렸다.


그러면 이 외에 나머지는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


온갖 괴로움과 두려움의 근원은

현재에 몰입하지 못함에 있음을 깨달았다.


일도, 관계도, 행복도, 사랑도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할 때

비로소 깊은 충만감을 느꼈다.


법정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

그 한 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소설가 앙드레 지드도

“우리는 순간에 찍히는

사진과 같은 생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뇌가 행복을 느끼는 때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뿐이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무한한 현재가 존재한다.


커다란 운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지금이 촘촘히 박혀있다.


예전의 나는 현재에 있으면서도

자꾸 과거와 미래로 도망갔다.


언젠가 더 큰 행복이 올 거라

기대했다.


순간순간 행복하고 사랑할 때,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인생을 이룬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기억하며,

깨어있는 모든 순간을 선물처럼

소중히 여긴다.


다음은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내용이다.


“오늘 시간만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나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중요하다.

지금 당장 1분 1초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미래는 저절로 잘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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