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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부족하고 초라하다고 느낄 때

by 박가을



“이젠 보통 사람 같다”


내 얼굴과 몸을 보며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 말은 내가 듣고 싶던 말이었다.


건강과 체력이 좋아지기 전까지,

내 모습은 누가 봐도

아픈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또래들을 보며 나는 부족하고

초라하다고 느꼈다.


친구들이 걷는 삶의 위치와 속도에서

한참 멀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집에서 건강과 체력을 되찾기 위해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친구들은 열심히 준비해서

원하는 직업을 얻었다.


7년 만에 처음 일반식사를 먹기 시작하고,

오래 끊겼던 생리가 다시 나왔을 때

안심하며 감사했다.


‘앞으로 나도 보통 사람처럼

활동할 수 있겠다’라고 판단했다.


같은 시기, 친구들은 시험 합격과

취업 성공으로 안도하며 기뻐했다.


내가 겨우 건강을 회복했을 때,

친구들은 벌써 사회 조직의 한 일원으로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났을 때

불안했다.


하지만 그 시절 내 1순위 과제는

취업 성공이 아니라 건강 회복이었다.


‘보통 사람,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내겐 간절한 소원이었다.


20대 중후반 무렵, 건강 회복에 집중할 때,

친구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한 친구는 “시험공부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자꾸 빠진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친구는 “3년간 애썼던 노력이

물거품 될까 봐 걱정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조차 부러웠다.

20대답게 고민하고, 20대다운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20대에 걸맞은 고민과 걱정을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걸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은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지기도 한다.


자기 정체성이 남들의 시선에 의해

흔들린다.


우리는 성공과 부, 지위와 명예를

얻지 못하면 세상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소외시킬 거라고 여긴다.


그러다 보니 실패에 대한 불안과

괴로움은 더 커진다.


알랭 드 보통은 책<불안>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결국

우리가 따르는 가치와

관련이 되는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따르는 것은

두려움을 느껴 나도 모르게

복종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머릿속에 있는

‘자신 혹은 타인의 의견’에서 생겨난다.


세상에 얽혀있는 한,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근심과

초조함은 완전히 없앨 수 없다.


그 무게를 덜어내려면

마음을 자기 신념으로 물들여야 한다.


불안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다 보니,

불안의 결과가 생각보다 위협적이거나

대단하지 않다는 걸 인식했다.


내가 처한 조건에서 얻은 것들도

그만큼 가치를 지닌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모든 운명은

다 이유가 있어서 일어났다.


결국 어떤 위치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삶이 우리에게 주려는 깨달음의 무게는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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