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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가장 약한 부분

by 박가을






당근을 사러 마트에 갔다.

흠 하나 없이 깔끔하고 튼튼해 보이는

당근 4개를 봉지에 담았다.


카트에 넣으려던 순간,

못난이 당근만 묶어서 파는 걸 발견했다.


모양이 삐뚤빼뚤하고 흠이 많았지만,

크게 문제 될 요소는 없어 보였다.


겉모습만 예쁘지 않을 뿐,

영양소는 똑같으니까.


양도 넉넉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못난이 당근 묶음을 골랐다.


남들보다 장이 약해 병원에서

관련 만성질환을 진단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나

부족한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틈이 때로는 나를 지치게 만들지만,

덕분에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이끌기도 한다.


나 역시 본격적으로

건강을 챙기게 되었다.


지금은 과거와 180도 다른 생활 습관을

매일 실천 중이다.


좋은 생활 습관으로 몸은 편안해졌고

마음은 행복해졌다.


윤소정 님 유튜브에서

타로마스터 정회도 님이 출연한 영상을 보았다.


정회도 님은 25세까지

심한 아토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 시간은 저주와도 같았다고 했다.

어느 날 자신의 생각을 확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 상담사가 해준 다음과 같은 말을 듣고

지난 시간을 싹 치유 받았다.


“당신의 영혼이 너무 맑아서

당신이 바로 서기 전까지

세상에 때 묻지 않도록 갑옷처럼

당신을 보호해 준 거예요.

그래서 당신이 25세 이후에

아토피가 나은 거예요.

세상에 나왔을 때 당신의 그 깨끗한 영혼이

더럽혀지지 않고 세상에 좋은 일 하라고.”



한평생을 살면서 늘 만족스럽고

완벽하기만 하다면 무조건 좋을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멋진 신세계>는

출생부터 죽음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유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세계 사람들은 병도 노화도 불행도

갈등도 역경도 없다.


누구나 날마다 행복과

안락함 속에서만 산다.


불쾌한 감정과 불운한 상황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소마’라는 약을 꺼내먹는다.


이들은 슬퍼하거나 화내거나

고통을 느껴본 적이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야만인은

소설 마지막에서 불행해질 권리를 주장한다.


언제부턴가 내 안의 가장 약한 부분,

내 인생에서 제일 어두운 면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는 걸 알았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껴안은 뒤로,

타인의 불완전한 모습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불완전함을 수용할 때 비로소

완전함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했다.


나무는 나이테에 성장 과정을 남긴다.


나이테 간격이 좁으면

혹독한 외부 환경을 견뎌냈다는 뜻이다.


추운 지역에서 자란 나무일수록

생장 속도가 느려져

나이테 간격이 촘촘하다.


좁고 짙은 나이테는 시련과 역경을

버텨낸 증거다.


그만큼 쉽게 부러지지 않는 내성을 지닌다.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가시가 있기 때문이고,

별이 빛나는 이유는

어둠이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흔적은

지우고 싶은 흉터가 아니라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어두운 내 안에 새겨진 나만의 무늬다.


그 무늬가 깊어질수록

내 삶 또한 깊어진다.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 찼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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