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9. 30. 화요일 D+3
일을 하던 도중,
문득 밀려드는 우울에 휩쓸렸다.
분명 일의 시작은,
그의 뜻하심에서 출발했다.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되려 나는 요나처럼 도망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확고했고,
결국 나는 제 발로,
그가 가리키는 길로 걸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내가 아니어도 됐을 거라는 생각,
내게 원하시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전신을 덮었고,
무력해졌다.
고충을 토로하니,
남자친구는 다독였다.
그러자 실소가 터졌고 아주 작은 힘이 심겼다.
나를 꺼져가는 하루에서 잡아 올리기에는,
충분한 힘이.
잠시 남자친구의 손길에,
물 밖으로 숨통을 트인 순간,
아는 언니가 대뜸 추억을 물어 왔다.
하루를 치켜세우는 힘이,
다름 아닌 추억을 새기는 몇 글자라니.
그제야,
나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는 결코 홀로 설 수 없다.
그들이 없이는.
발레 키링을 두 개 만들어,
하나는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동료에게,
다른 하나는 발레 학원 선생님에게 주었다.
찰나를 스치는,
환한 미소를 보기 위해,
나는 매번 이러는구나 싶다.
고민하지 않길 잘했다.
나는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그는 이리 위로하시나.
나는 빛을 낼 자신이 없는데.
꺼지기 않길 기도한다.
매 순간 미움이 목 끝까지 차오르고,
수도 없이 문 밖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
나를 잊지 않은 그에게,
위로하는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생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