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어서 미워했다

25. 9. 29. 월요일 D+2

by 흩날림문고




오늘 아침은 운이 좋았다.


늘 인파 사이에 떠밀렸으나,

오늘은 마침 플랫폼에 사람이 없었고,

마침 지하철이 왔고,

마침 지하철 안에 사람이 없었다.


행운은 감사한 일이었다.




하동 여행을 갔다,

회사 동료들과 나누어 먹을 과자를 사 왔다.


한 동료가,

차를 좋아했냐고 물었다.

자신도 좋아한다며 보물창고를 열어 보였다.


그중 좋아 보이는 차 하나를,

덜컥 내어준다.


나는 과자를 전했을 뿐인데,

돌아온 마음이 벅차다. 감사하게도.




그러나 나는,

또다시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미운 사람을 사랑하겠다며,

야심 차게 선포한 사랑은,

돌아오는 퇴근길,

참 보잘것없이 작아 보였다.


비관적이고,

가까워질수록 예민해지는,

늘 도망가고 싶어 하는 사람.

선과 악이 분명한 사람.


그녀를 볼 때면,

어쩐지 내 마음 깊은 곳에서도 미움이 자랐다.


김창옥 선생님이 그랬다.

누군가가 미워지는 이유는,

20에 200이 곱해진 까닭이라고.


200의 사랑이 4000의 미움이 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도록 바꿀 수는 없다.

인간의 사랑은 통제하고자 하여 무너졌다.

나는 사랑을 갈구할 수 없다.


다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런 관계도 있다.


그저 내가 할 일은,

그 무엇에도 치우치지 않고,

늘 그랬듯 용서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기.


언젠가는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그녀에게도 닿아,

그녀 또한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마음이 평안하다.

그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