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작희작 Aug 14. 2023

비상

非常시 자유로운 飛上은 어려워.


당연함은 없고, 없어져봐야 이 사실을 알지.

 움직이지 않는 땅 위를 무심히 걷다가 갑자기 지진이 나면, 땅도 인간처럼 스트레스도 받고 움직이기도 하는 살아있는 존재임을 그제야 깨닫는다. 평소에 물 한잔 벌컥벌컥 생각 없이 마시다가 단수가 되면 왠지 모르게 전보다 더한 갈증이 느껴지고 더불어 물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편히 호흡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고약한 방귀 공격으로 잠시 ‘공기 비상사태’를 마주했을 때, 평소 공기가 매연과 각종 화학품으로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몸소 느낀다.


 우리는 이렇게 ‘비상사태’가 돼서야 주변의 당연한 존재들에 대해 ‘생각이란 것’을 한다. 그만큼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를 기저에 깔고 무감각과 무감사로 살아간다. 따라서 삶에 꼭 필요한 소중한 것들이 주변에 언제나 널려 있음을 매일 매 순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행복과 감사에 가까워진다. 비상시가 아닌 상시로 늘 당연한 존재들의 가치를 느껴야 한다.


상시에 소중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방법.

우리에게 오감이라는 선물이 주어진 이유는 당연하지 않은 소중한 존재를 충분히 느끼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우리는 이 오감을 감사히 잘 활용해야 한다. 예쁜 경치가 눈에 ‘보이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음식의 맛이 ‘느껴진다’에서 ‘느껴본다’로, 꽃 향기가 ‘난다’에서 ‘맡아본다’로 바꾸는 것이다. 즉 수동적인 받아들임이 아닌,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세상을 만끽하려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로써 감각의 퇴화를 멀리하고 ‘발달’을 통해서 감각에 ‘긍정적 예민함’을 더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상시에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늘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상시 훈련이다. 목이 마르다는 것은 몸에서 비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이 신호가 떨어지기 전에 물을 수시로 마셔주는 습관이 탈수라는 비상사태가 오기 전에 건강을 자유롭게 누리는 방법이다.


인간관계에서의 자유로움도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오해가 점점 커져 더 이상 다시 연결될 수 없는 비상사태가 되기 전 ‘대화’를 통해 오해를 푸는 것이 상시 대비의 방법 중 하나.

환경에 있어서도 쓰레기에 오염된 지구가 언젠가 견디지 못하고 오염물을 토해내기 전에 상시로 환경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어떠한 형태의 비상사태가 오기 전에 상시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현명한 자세다.


비상(非常) 시에는 날개 잃어
비상(飛上) 하기 어려우니,

상시에 온전한 날개로
자유롭게 비상하길.




이전 10화 면역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