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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Aug 13. 2023

담화

그 끝은 무엇일까.



“우리 담화 좀 나눌까?”라는 제안의 무게가 어떠한가? 다소 묵직한 자리에서나 쓰일법한 ‘담화’의 사전적 정의는 ‘한 단체나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밝히는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비교적 무게감 있는 공식적 대화를 매일 가볍게 잘도 나눈다. 면전에서 나누기에는 그 무게가 조금 부담스러워 면뒤에서하는 ‘뒷담화‘말이다.


공식적 담화의 기본은 내용의 신뢰성이다. 신뢰를 담은 발표 자료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과 현상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 하지만 뒷담화는 그 내용의 신뢰성과 사전조사는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이 요소는 흥미로운 뒷담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험담의 저격 대상은 90% 정도가 비교적 덜 친한 사람, 나머지 10% 정도는 잘 알고 있지만 이제 더는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뒷담화 레이스의 ‘스타트 총소리’는 안타깝게도 가볍고 경쾌하다. 흉을 보는 것이 또 다른 흉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이미 그 흉기에 찔려 아파본 경험조차 까맣게 잊은 채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열심히도 달린다. ‘될 대로 되라지‘의 무심함으로 뱉어내는 ‘흉의 흥’은 높게 차올라 현장 분위기는 뜨거워지고, 그 화(火)의 불길은 어느덧 ‘담화의 장’을 까맣게 뒤덮고, 이윽고 자신의 영혼까지 태우는 화재(火灾)를 만들어 허무의 재를 남긴다. 저격은 외부를 향했지만 최후 생존자는 ‘험담 화재 현장’에 실재하지 않았던 ’피저격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만 남은 채로 담화의 막을 내린다.


세상 모든 개념과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으니 마지막은 뒷담화가 이로운 상황으로 마무리해 본다.


뒷담화의 담화 내용이
흉이 아닌 ‘칭찬’이라면

화재가 아닌
사랑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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