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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Jul 20. 2023

면역

 

                            

“코로나? 나는 절대 안 걸려.”


이 말에 약 올랐는지 나를 향한 바이러스의 공격은 결국 성공했다. 그것도 너무 강력한 공격으로. 난생처음 느껴보는 ‘열’로 몸뚱이 하나 컨트롤 못하는 경험을 하니, 세상 이렇게 나약한 존재가 바로 나란 인간임을 또 한 번 인정해야 했다.


기저질환이던 위장까지 공격당하고 링거로 며칠 연명하고 나서야 그나마 병원 복도를 걷기 시작했고, 며칠 금식이 지나고 음식을 입에 넣는 순간 병원밥이 미슐랭 레스토랑 음식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당연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들로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이 돌아버리겠는 망각의 반복서클을 또 돌아버렸다.



“힘내, fighting!”  

: 힘 빠진 누군가에게 외치는 응원의 대표적 구호.


생각해 보면 가뜩이나 매일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미생들에게 “싸우자!”를 외치는 건 더 힘 빠지게 하는 말일수도. 매일 피곤하게 살아가는 인생 속에서 버티는 것도 모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외부와 싸울 수 있는 힘까지 충전해줘야 하는 삶은 어쩌면 괴로움의 연속이다.


이런 외부의 얄짤없는 공격들 속에서 면역을 기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잘 먹고, 잘 마시고(여기에선 알코올이라 하는 게 맞겠지), 잘 자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것들도 본연의 ‘힘’과 ‘여유’가 잔존해야 가능한 것 아닌가.


잘 먹기 위해 좋은 재료를 구해 손수 요리를 해야 하고, 힐링되는 술자리를 위해 인간관계에 힘을 써야 하고, 꿀잠을 위해 일과 휴식의 균형에 힘써야 한다. 결국 또 필요한 것은 “힘, 힘, 힘!이다.” 새로운 힘의 생성을 위해 또 힘을 짜내야 하는 굴레를 사는 것이 운명인 걸까. 그래서 초반 면역을 기르는 데는 엄청난 힘과 노력이 필요한 것을 오롯이 인정하기로 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인내하여 결국 초반 면역을 어느 정도 기르고 나면 이제 ‘힘의 안정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신체의 면역이 좋아지고 나면 이제는 멘탈 면역을 돌볼차례다. 사회생활이란 다양한 색깔의 집단 속에서 누군가의 갑작스러운 감정 공격에 말려드는 순간 게임 끝이다.


멘탈 면역이 없으면 어느 순간 병균만도 못한 공격자들이 쳐놓은 덫에 걸리고, 그 꼴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만족스러운 웃음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스꽝스럽게 허우적대는 것뿐. 외부의 공격에 내 마음의 면역이 작동하려면 타인의 공격을 갖고 노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내 기술은 바로 호기로운 ‘깡’ 수비.


나에게는 '나만의 깡’이 있다고 굳게 믿어보자. 타인의 공격에 한 발짝 뒤로 빠질 수는 있지만 그것은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여야 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 일명 ‘근자감’이라는 깡에 은근히 많이 주춤한다. 그러니 미세하게 잔존하는 면역이라도 자신의 깡을 믿어주고 단호하게 대응하려는 가상한 노력에 힘을 실어주자.

이것이 나에 대한 애정이자 예의라 믿으며.


“ 끊임없이 외부와의 힘 싸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 면역은 자연히 길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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