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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Jul 19. 2023

낙서

멍하니 끄적이며.


의미 없이 낙서를 한다. 그러나 낙서는 굉장한 의미를 갖는다.




전화통화를 할 때 누구나 펜을 굴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앞에 비교적 고른 질감의 종이만 있다면.

전단지, 포스터, 메모장, 껌종이, 심지어 냅킨까지도 내 무의식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무의식적으로 펜을 굴리다 보면 어느새 낙서는 알아보기 힘든 형태가 되어있고, 그동안 마주하지 못한 나만의 낯선 우주와 만난다.

세모, 네모, 동그라미, 그리고 내가 창조한 기괴한 외계어까지. 무엇을 쓰고 무엇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일까?


아마도 대화의 흐름, 느껴지는 감정, 순간의 내 마음이 종이 위 작은 우주 안에 그려지지 않았을까?

이를 증명하고 싶다면 평소 내가 싫어하던 사람과 통화를 해보자. 분명 각지고 삐뚤삐뚤한 그림이 그려지겠지.


글을 쓰다가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날에도 일단 펜과 종이를 들고 가볍게 끄적여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도 놀라 감탄하는 단어와 영감을 받는다.

가벼운 낙서가 무거운 발걸음 해주신 귀한 영감님을 초대한 것.


가끔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깊이 알고 싶다면 펜을 들어 ‘무심히‘ 낙서해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우주를 ’유심히’ 관찰해 보자.

내가 품고 있던 생각이 무엇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진정 원하고 느끼고 있는지.


무심한 낙서는 결국 꽃을 피운다.
나의 유심한 관심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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