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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작희작 Aug 29. 2023

소문


‘좋은 소식’은 입에 잘 붙지만 ‘좋은 소문’은 왠지 입에 붙는 접착력이 떨어진다. 소문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해지는 말’이라고 정의하지만 결코 달갑게 오르내리는 말과는 거리감이 있다.


 새로운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부터 순수한 소식은 주변의 추측과 기대, 가치와 사상이 붙어 순식간에 오염된다. 그들에게는 소문의 진위여부와 출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소문이 어느 정도의 놀라움으로 안면 근육을 수축하고 이완시키느냐에 있다.


 소문이 변질되어 전파하는 데는 단 ‘두 혀’만 거치면 된다. 두 사람이 은밀하게 나눈 비밀이라는 것은 사실 ‘첫 호흡’을 때는 순간부터 사라지는 공기와 같이 부질없는 것. 이리저리 흩날리다 어디로 정착할지 모르는 군더더기 장착한 이 정체 모를 이야기는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기만 한다.


 이야기의 달달한 과즙만 쏙쏙 빼먹고 남겨진 핵심의 씨앗은 버려진 지 오래. 씨앗을 주워 담아 다시 심어 진짜 열매가 열리기에는 이미 늦다. 과육을 먹튀하고 달아난 자들은 어차피 소문의 핵심 따위엔 관심이 없고 그들의 혀로 놀릴 새롭게 창작될 ‘안줏거리‘가 필요했던 것.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처럼 분명 소문은 ’ 점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무 근거 없이 나온 소문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굴뚝 사이로 퍼져나가는 연기의 전파력과 방향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다. 연기는 주위의 바람 한 점에도 쉽게 흔들리고 그 모양도 예측불허로 변형되기 때문에 뿌옇게 퍼져나가는 연기를 멍하게 바라볼 뿐이다. 소문은 이렇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이내 사라져 버린다.


 나조차도 열매의 달콤함만 삼키고 씨앗을 뱉어낸 먹튀의 주인공. 내 이야기의 씨앗들이 주변에 버려진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저 누군가의 입에서 버려진 그 씨앗이 어딘가에서 순수한 열매로 다시 자라나길 뿌연 마음으로 잠잠히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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