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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Nov 27. 2023

순간순간 미소 짓는 연습을 합니다.

업무, 경직, 미소

출근하면 먼저 컴퓨터를 켠다. 본체와 모니터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 후 엔터를 쳐서 비밀번호 입력하여 로그인을 한다. 모니터에 캘린더와 업무용 시스템을 띄워 놓고 업무가 시작된다. 하루 종일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은 모니터이다. 일 하려면 대체로 모니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니터 아래 책상 위에 조그마한 손거울이 있다. 


모니터를 보면서 하는 일들이 재밌거나 즐거운 것이 아니고 사무적인 일이다.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모니터를 보는 얼굴도 무표정이거나 굳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의 얼굴도 그렇다. 특히, 일을 시작하면 깊게 몰입하는 나는 몰입할수록 얼굴이 경직된다. 일하면서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생각날 때마다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곤 했었다. 몇 달 전에 여성 직원들 책상 위에 손거울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도 손거울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내 얼굴을 수시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전에 집에서 있는 손거울을 가져와 사무실 책상 위 모니터 아래 두었다. 일 하다가 잠깐 생각나면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이 대체로 경직되어 있었다. 거울을 보며 미소를 그려 본다. 양쪽 입술을 위쪽으로 잡아당기면 미소가 만들어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미소를 만들어 본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여성 남성 보다 더 많다. 여성책상 위에는 대체로 거울이 있다. 내 책상 위에 거울을 놓기 전에는 그 거울을 보면서  책상 위에 거울이 왜 필요할까....  생각했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남자인 나도 책상에 거울을 놓고 수시로 내 얼굴을 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거울을 책상 위에 놓는 이유는 자신들의 얼굴 보면서 화장상태, 자신의 얼굴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다.


어느 날인가 여성들이 책상에 거울을 놓는 이유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여성팀장에게 물어봤다. "박팀장님은 책상 위에 거울이 있는데, 그 거울 용도가 뭐예요?" 그분은 답했다. "화장이 들떴나 보기도 하고요. 평소에 가만히 있으면 인상이 굳어 있다는 말을 들어서 확인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미소 연습도 해요." 아...... 내 생각과 비슷하구나. 나도 미소 연습하기 위해서 손거울을 가져왔는데..... 박팀장은 진작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팀장과 책상 위의 거울 이야기를 하는데 옆에 앉아 있던, 전팀장이 끼어들었다. 남자인 자신도 책상 위에 거울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거울을 왜 책상 위에 두셨어요?" 그는 대답했다. "예전에는  뒤로 누가 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뒀어요. 특히, 상급자나 결재권자가 오면 대응하기 위해서 놓았습니다. 요즘에는 술을 자주 마시는데, 술 마시고 출근 한 날 얼굴을 기 위해서 비치해 놓았어요." 여성인 박팀장도, 남성인 전팀장도 공통적인 것은 자신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서 거울을 책상 위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박팀장도, 전팀장도, 나도 책상 위에 거울을 놓은 비슷한 이유는 얼굴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일부러 보면서 미소를 짓고, 우연얼굴이 보여져도  미소를 짓는다. 엄격히 말하면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 그 미소는 첫째 나에 대한 미소이고, 둘째 나를 보는 다른 사람을 위한 미소이다. 우리가 무의식은 통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조금이나마 무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육체를 통한 것이라고 한다. 그 증거가 미소를 짓는 표정을 만들면 실제로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미소 연습으로 생긴 밝은 얼굴이 옆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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