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이 Nov 25. 2023

아침은 참 맛있다.

감기, 음식, 휴식

내동실에서 고구마 몇 조각을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고구마 데워지는 소리가 윙윙 거린다. 계란을 꺼내서 프라이팬 옆에 놓는다. 올리브유를 프라이팬에 조금 두르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켠다. 계란을 깨서 프라이팬 위에 살짝 얹어 놓는다. 소금을 뿌린다. 사과 한 개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씻는다. 씻은 사과를 접시 위에 놓고, 프라이팬의 계란 프라이를 뒤집는다. 식탁을 닦는다. 그 사이에 고구마가 다 데웠는지 전자레인지는 멈춘다. 식탁 위에 사과 한 개가 담긴 접시와 고구마 그릇을 갖다 놓는다. 계란 프라이도 다 됐다. 계란프라이를 식탁 위로 옮겨 놓는다. 우유가 없으니 고구마와 함께 먹으면 뭐가 좋을까 생각한다.  그래 어제저녁에 끓인 김치찌개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김치찌개를 조금 가져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아침식사 준비가 끝났다. 식사기도를 한다.

 

먼저 사과를 먹기 시작한다. 물도 많고 당도가 적당하다. 씹을 때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도 경쾌하다. 사과 절반을 먹은 후 계란프라이를 먹기 시작한다. 집에서 식사할 때 고기가 없을 때는 계란 프라이를 먹는다. 오늘도 탄수화물과 과일만 있어서 계란 프라이를 했다. 계란프라이의 고소함과 담백함이 살아 있다. 소금의 짭조름한 맛까지 더해져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고구마를 먹기 시작한다. 고구마를 쪄서 바로 먹을 때는 껍질까지 함께 먹는데, 냉동실에 뒀다 데워서 먹으면 껍질이 분리가 되어 함께 먹기가 불편하다. 오늘은 껍질을 벗겨내고 속만 먹었다. 고구마의 당도가 높고 살이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착 붙었다. 어제 직접 끓인 김치찌개까지 함께 먹으니 산해진미 부럽지 않은 아침식사이다. 고구마와 김치찌개를 다 먹은 후 남은 사과를 먹기 시작한다. 남은 사과를 4조각으로 나눠서 씨와 꼭지와 배꼽 부분을 도려낸 후 한 조각씩 맛을 느끼면서 먹는다. 준비한 아침식사를 깨끗이 먹었다.


커피가 생각났다. 식탁에 보니 '투썸플레이스 스트로베리 피치'라는 것이 있다. 며칠 전에 함께 출장 갔던 직원이 줬던 음료였다. 며칠째 식탁에 있다가 오늘 주인을 만난 것이다. 빨대를 꽂고 쭉 빨았다. 딸기 음료였다. 나는 커피인지 알고 마셨는데.... 딸기 맛이었다. 맛은 좋았다. 아침식사 후 음료를 마시는 순간 생각났다. "아침은 참 맛있다." 그래서 이 상황과 느낌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쓰고 있는 중이다. 토요일 아침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즐긴 게 얼마만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작년 12월 20일 이전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는 아침금식을 했었다. 아침금식을 시작한 지 11개월이 되었다.   


사실, 오늘 아침 식사를 한 것은 내 몸에 감기가 왔기 때문이다. 감기약을 먹는데 감기약이 식후 30분에 먹어라고 되어 있다. 약을 먹기 위해 아침식사를 한 것이다. 감기에 걸리면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침금식은 감기가 나갈 때까지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오늘 아침 나에게 훅 와닿은 아침식사는 참 맛있다는 느낌이 내 손가락을 자판 위에서 놀게 했다.

 

오늘은 특히, 아침이 참 맛있네요. ㅎ


                                                         (2023.11.25.)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금식 후, 몸무게가 30년 전으로 회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