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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Jul 07. 2023

나는 외롭지 않아!

진짜로 외롭지 않은데...

"글 쓰는 일을 하면 사람도 못 만날 테고, 밖에도 못 나올 테고, 많이 외롭겠어요."

웹소설 작가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외롭겠다.'라는 말이었다.

외향적인 데다가 사람 만나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나에게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

지금까지는 다소 부정적이고 투덜거리는 소리만 했으니, 이번에는 긍정적인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웹소설을 쓰면서 외로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건 내게 웹소설 쓰는 재능이 있어서라느니, 상상력이 풍부하다던지 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주 현실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1. 작업하느라 외로울 시간이 없다.

 마감 날짜가 코앞인데 외로울 틈이 어디 있겠는가. 원고를 안 보내면 편집자는 물론이거니와 독자들에게도 나는 죄인이 된다.

 그래서 마감이 있는 작품이라면 정말 천지가 개벽하는 사건 아니고는 최대한 마감 기일을 맞춰줘야 하기에, 외롭고 쓸쓸함을 느낄 틈이 조금도 없다.

 마감이 없는 작품을 써도 외로울 틈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어쨌든 계약을 하고 쓰는 일이기에, 언젠가는 끝내야 하는 작품이다.

 편집자가 말은 안 해도 속으로는 '이 작가 언제 작품 주려나..' 하며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약서에서는 분명히 작가가 갑인데, 어째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나는 을로 전락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대역죄인이 되는 듯한 날이 오기도 한다.


그러니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



2. 스토리의 흐름을 한번 타기 시작하면 다른 것이 시시하고 재미없어진다.

 물론 그 흐름을 타는 게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한번 그 흐름을 타면 이 세상에서 내가 쓰는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그 흐름을 놓치기 싫어서 밖에도 잘 안 나가고 글만 쓰게 된다.

 
 사람을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sns에서 유명한 맛집에서 먹는 음식도, 예쁜 카페에 놀러 가는 것보다 내 글을 쓰고 보는 게 제일 좋으니 외로울 수가 없다.


 그리고 그 흐름을 타야 작업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이 흐름 타는 게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다.



3. 사람을 못 만나는 일은 웹소설 속 캐릭터들과 충분히 노는 탓에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

 웹소설을 쓰는 일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작업이다. 아무래도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 당연히 사람 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근데 웹소설 속 캐릭터들하고 지지고 볶고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 작가가 캐릭터들의 성격을 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건 캐릭터들이다.

(그래서 나중에 보면 내가 초창기에 적어둔 시놉시스에서 종종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작가는 그 캐릭터에 빙의해서 글을 쓴다. 그런데 등장하는 캐릭터가 한둘인가.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작가는 그 모든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들을 연기하고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웬만한 사회생활 저리 가라 할 정도다.

 물론, 사람을 직접 만났을 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살아있는 감정과 느낌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타인에게서 얻는 그런 것들을 매일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4. 무엇보다 웹소설을 쓰는 일은 정말 재미있다.

 재미가 없었다면 나는 이 일을 절대로 전업으로 삼지 않았을 테다. 돈은 안 되지만, 내게 맞는 옷을 입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외롭지 않다.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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