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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Jul 18. 2023

본전 뽑으려다가 1년 농사 망쳤네!

도자사 교수님, 교수님 다시 뵙게 되면 저 할 말 많아요.

작가 소개에서도 언급했지만 내 전공은 사실 "동양미술사"다.


대학에서는 문화재학을, 대학원에서는 동양미술사를 공부했는데, 특히 대학원의 4학기 동안 도자기 역사(도자사)를 미친 듯이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도자사 교수님이 엄격하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원 학비도 어마어마한 탓에 이 악물고 열공할 수밖에 없었다. 한 학기에 500만 원, 그걸 4학기를 냈으니 나는 2000만 원을 학교에 바친 에야 미술사를 전공했다고 떠벌떠벌 하며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공부한 그 시간과 학비가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해서든 본전을 뽑아먹고 싶은데 내가 도자사로 학예사가 되지 않는 이상, 본전을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동양미술사가 전공이긴 한데, 그 안에서도 세부전공은 불교미술사라서 도자사는 본전을 뽑을 일이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웹소설을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도자사에서도 이것저것 재미난 사건들이 꽤 있는데 사실 웹소설로 쓸만한 요소는 없긴 하다. 그래도 머릿속을 계속 떠나지 않고 맴돌던 이야기가 있었고, 난 그 이야기를 너무나도 쓰고 싶었다.

"하얀 달그림자"

배경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끝나고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이야기였다. 내 웹소설에서는 여자주인공이 메인이자 먼치킨이기에, 당연히 이 소설의 여주에게도 어마어마한 능력을 부여했다.

신과 같은 솜씨로 도자기도 만들어내면서, 가본 장소를 그리면 그곳으로 이동하는 마법의 능력까지 갖춘 여인

 그러면서도 조선의 종친과 일본의 고위급 사무라이를 사로잡는 매력까지, 세상 멋진 설정이란 설정은 다 집어넣었다.

솔직히 욕심을 많이 냈다. 대학원에서 고생하면서  배운 것에 대한 본전을 제대로 뽑고 싶었으니까.

조선시대 도공 얘기도 넣고 싶었고, 조선 도자기 얘기도 넣고 싶었으며,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의 이야기, 조선 통신사 얘기 등, 내가 알고 있던 것들,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전부 웹소설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그 소설에만 매달렸다. 게다가 생애 첫 마감이 있는 소설이었는데, 일주일에 세 편씩 꼬박꼬박 써야 하는 일이 그토록 힘들고 고되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래도 어쩌랴, 혼신의 힘으로 열심히 쓰는 수밖에.

그래서, 난 이 소설이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1년이라는 시간을 갈아 넣었고, 내가 배운 지식을 몽땅 밀어 넣었으니까. 나의 공부와 노력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아니었다. 내가 쏟아부은 정성이 나를 배신했다.

웹소설 세상은 내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공부했고, 얼마나 노력했으며, 얼마나 시간을 쏟아부웠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재미있느냐, 그래서 그 재미로 얼마나 많은 독자가 이 웹소설을 끝까지 봤으며, 얼마를 벌어들였냐.'

웹소설에서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닌 결과였다.

본전 뽑으려다가 1년 농사 제대로 망쳤다. 물론 지금도 그 소설을 쓴 건 후회하지 않지만, 지금이라면 그런 류의 소설을 쓰지 않을 듯싶다.

나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나만 즐거운 거지, 다른 사람도 나처럼 행복하고 재미있을 거라는 건 아주 큰 오류이자 오만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런 오류를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다음에 더 큰 망작을 내놓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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