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쓰고 싶은 글 쓰지 마세요(1)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계관
대학원에서의 시간과 학비에 대한 본전을 뽑겠다는 욕심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내 석사 논문에서 웹소설 소스를 뽑았다.
동양미술사가 전공이지만 세부 전공은 불교미술사, 그중에서도 티베트 불교 미술인 '탕카'의 역사가 내 주 전공이다. 그때 지도 교수님은 그러셨다.
"티베트 불교 미술사는 우리나라에서 하는 사람이 없으니 블루오션이야."
블루오션은 개뿔, 블랙오션이었다.
아무도 건들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까지 자료도, 논문도 없나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티베트 불교 미술사는 황무지 중의 황무지다.
그런 탓에 난 자료 찾으러 티베트도 갔다 와야 했고, 프랑스 파리 기메뮤지엄도 가야 했으며, 티베트어를 배우러 동국대 경주캠도 다녀야 했다.
석사 논문 쓰는데 대충 들인 비용만 대략 천만 원쯤 되지 않을까 싶다.(근데도 관련분야로 취직도 못 했다.)
게다가 티베트 불교미술은 화려함과 야함의 끝판왕으로 그들의 문화적 정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맞지 않았다.
고려 말에 원나라 영향을 받아서 들어온 티베트 불교는 조선 초기까지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전 세계가 티베트 불교 미술의 오묘하고 화려한 모습에 홀려 불교에 관심을 가질 때도, 우리나라는 관심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웃 오브 안중이다.
그렇다. 우리 조상들도, 그들의 후손인 우리도 티베트의 불교 문화는 DNA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웹소설 얘기하는데 갑자기 티베트 불교미술사를 언급하니 이게 도대체 뭔 글이야 싶을 테다.
그토록 많은 돈과, 어마어마한 고생, 뼈를 깎는 노력으로 쓴 내 논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웹소설이 바로 이 소설이다.
"연인의 인연"
이 소설은 가상의 동양풍 세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베이스는 중국-티베트-서방의 제국이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 자라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 나라는 바로 티베트를 본떠서 만든 "투반국"이다.
그걸로는 심심하니까 정령도 넣었다. 정령은 주로 서양물에 많이 등장하는데, 동양풍 로판이라고 등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동양에는 오행이라고 하는 자연의 순리가 있으니, 그걸 따서 다섯 정령이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이 소설을 처음 쓰게 된 계기는 내 논문에 있었다. 논문 제목은 길고 재미없고 어려우니까 패스. 결론을 말하자면 불교의 육도윤회사상을 바탕으로 육도에서 벌어지는 남녀주인공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가 이들의 전생이다.
그리도 육도에서 저지른 죄(사빠죄아!)로 인간계에 떨어진 남녀 주인공은 기구한 운명의 꼬임으로 막장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탄생의 비밀까지 가지게 된다.
스토리도 길고, 배경도 탄탄하고, 동양풍 로판에 정령도 등장하고,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탄생의 비밀까지.
그래서 난 이 소설이 성공할 줄 알았다.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