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플, 악플, 무플 그리고 줄거리(1)
선플과 악플
네이버 베도(베스트도전)에서 두 편의 소설을 연재하는 동안, 정신적인 타격이 가해질 정도의 악플을 만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게, 독자들이 자기 취향의 웹소설만 찾아서 보기 때문에 댓글창에는 좋은 얘기, 혹은 피드백 정도만 있을 뿐 인신공격이나 캐릭터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악의 넘치는 댓글은 없기 때문이었다.
베도에서 완결을 치고, 작품을 모아서 수정하고 드디어 카카오페이지에 올리게 되었다. 진짜로, 찐 웹소설 시장에서는 반응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1. 선플
카카오페이지는 반응이 좋은 시장인만큼, 선플도 따뜻하고 유쾌한 기분을 자아내는 댓글이 많았다.
작가님 군만두 좋아하냐며 감금하고 계속 연재만 하게 하고 싶다는 댓글을 보며 빵 터졌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무시무시하지만 너무 귀여운 댓글이었다.
내게 기운을 주었던 수많은 선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하나 있다. 이건 베도 연재 당시 '독을 품은 꽃'의 마지막화에 달린 댓글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는데, 수능에서 미끄러지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수생활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내 웹소설의 여주인공을 보면서 그 여주처럼 자신도 고난과 역경을 이기겠노라 각오하며 마음을 다잡고 공부했고, 그 결과는 의대 합격.
사실 그 댓글을 보면서 상당히 찔렸다. 왜냐면 내 여주는 엄청나게 데굴데굴 굴렸으면서, 나는 그에 반해 뒹굴뒹굴 평온한 삶을 살며, 고난과 역경에 굳이 맞서지 않고 순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웹소설을 쓰다가 놓고 싶을 때면 그 댓글을 떠올린다.
어쩌면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누군가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내가 쓰고 있구나. 그러니 이 소설, 어떻게든 끝장낸다. 이러면서 다시 각오를 다진다.
나, 독자를 의대 보낸 작가야.
***
2. 악플
글에는 힘이 있다. 특히 나쁘고 안 좋은 감정을 실은 글은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아보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선플들 중에서도 이상하게 악플은 눈에 잘 띈다. 그리고 하나의 악플은 그토록 많은 선플을 보이지 않게 한다. 선플이 100개, 악플 1개인데 나는 그 악플 하나에 그날 하루 기분이 완전히 망가진다.
"대표님, 엉엉 ㅠㅠ 이거 못 지워요?"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 첫 악플을 보고 울면서 출판사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내 반응에 대표님은 괜찮다며 웃으며 나를 달래주셨다.
악플을 보고서 내 소설 안 보면 어떡하냐고, 너무 죄송하다고 그러는 내게 대표님은 그런 걸로 안 보는 사람 없다면서도, 플랫폼에서 댓글을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지울 수 없다고 하셨다. 결국, 그냥 참고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도 악의적인 댓글은 계속 달렸다. 내 소설 주인공은 김치녀 소리도 들었고, 정말 세상에 들을 수 있는 온갖 욕과 나쁜 소리는 다 겪어본 듯했다.
그래도 세상이 훈훈하고 따뜻했다. 그 악플에 뭐 하는 짓이냐고, 이런 글 달지 말라고 대댓글을 달아주신 독자분들도 많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악플이 세상에서 제일 안 좋은 건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악플도 하나의 관심이었고, 의외로 악플이 제법 있는 소설들은 인기가 있는 소설이라는 의미도 있다는 걸, 나는 먼 훗날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