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쓰고 싶은 글 쓰지 마세요(2)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세계관

by 포엣

그러나 결과는 아주 처참했다.

3개월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8평 남짓 작업실에서 집필에만 매달렸는데 말이다. 심지어 카카오페이지에서 프로모션까지 받았는데 관작수도, 들어온 수입도 이토록 형편없는 결과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티베트 불교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정서적 코드가 맞지 않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걸 연인의 인연을 쓰고서야 알 수 있었다.(그래서 취직도 못한 거겠지.)


오픈하고 보름쯤 지났을까. 출판사 대표님과 작품을 낸 관계자를 만났다. 그런데 관계자의 말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작가님. 쓰고 싶은 글 쓰지 마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거대한 망치가 내 뒤통수를 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웹소설 작가로서 너무나도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시장에서 안 먹힌다니. 내 감이 떨어져도 한참 떨어졌다는 소리였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더 이상 사람들이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그럼 난 어떤 소재를 써야 하며, 그 소재를 찾는다고 한들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싶었다.

그 당시 시장에서 유행하던 장르는 회. 빙. 환을 기본으로 한 서양로판과 재벌 3세 남주가 등장하는 현로(현대로맨스)였다.

서양 로맨스 판타지. 남이 쓴 글을 읽을 때는 아주 재미있지. 하지만 코르셋으로 허리를 힘껏 조인 드레스를 입고 부채를 살랑살랑 거리며 하하 호호 웃는 장면만 상상해도 손발이 오글거려서 글을 못 쓰겠는 걸 어떡하겠는가.

현대로맨스. 오만하고 세상 남부러울 게 없는 재벌 3세와의 티격태격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는 도무지 상상이 안 돼서 스토리가 안 나오는 데 어떡하겠는가.

절필을 할까도 생각해 봤다.

더 이상 시장에서 아무 힘이 없는데 굳이 내가 웹소설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세상에 재능 있는 웹소설 작가는 넘칠 정도로 많고,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작품이 플랫폼에 쏟아져 나오는데 내가 설 자리는 과연 있을까 싶은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

그래도 차마 웹소설을 놓지 못한 건 한 편이라도 내 글을 보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달에 100원이라도 들어오는 걸 보고는 그래도 읽은 사람이 있구나. 내 글이 아주 재미가 없지는 않나 보다. 하는 안도감.

그리고 언젠가는 내 글이 빵 뜨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후, 절필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내가 공들여 쓴 웹소설이 히트치고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재미있다고 해준다면 좋겠지만, 인기는 하늘에 달린 것을 내가 어쩌랴.


어쨌든 나는 내 모든 걸 갈아 넣고 추후에 개정하지 않겠노라 각오할 만큼 노력했다.

작가로서의 역할은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 영업은 웹소설 PD들의 몫으로 넘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다.(PD 님들께는 죄송하지만...)

독자들이 원하는 소재와 주제로 웹소설을 써야 팔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완전히 배제한 채 시장 원리에만 무작정 따라가며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쓰는 나도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면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재미있게 글을 쓰면 독자들도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언젠가는 내가 흥미로워하는 세상을 많은 사람들도 즐거워하는 날이 오겠지.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키보드를 열심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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