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유난히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같이 여행을 갈 때 비라도 오게 된다면
이해 못 할 투정을 이것저것 부려댔다
어릴 적 가족여행 중 비가 왔던 기억
소중한 차가 침수되고 부모가 싸운 기억
어린아이는 그걸 자기 탓이었다고
오늘 너무 행복해서 비가 온 거라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비 오던 날의 기억으로 남아서였을까
어느 비 오는 날 울듯이 나에게 말했다
오늘처럼 내가 행복해하면 꼭 비가 와
우리는 우산을 버리고 비 오던 오키나와를
두 손을 잡고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슬픈 기억을 억누르려고 하지 마
그냥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자
비 오는 오늘을 함께한 추억으로 남기자
비를 유난히 싫어하던 그녀를 따라서
나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그때 그 어리고 여린 아이를 추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