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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Oct 19. 2024

비를 싫어했던 아이

그녀는 유난히 비 오는 날을 싫어했다

같이 여행을 갈 때 비라도 오게 된다면

이해 못 할 투정을 이것저것 부려댔다


어릴 적 가족여행 중 비가 던 기억

소중한 차가 침수되고 부모가 싸운 기억


어린아이는 그걸 자기 탓이었다고

오늘 너무 행복해서 비가 온 거라고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비 오던 날의 기억로 남아서였을까


어느 비 오는 날 듯이 나에게 말했다

오늘처럼 내가 행복해하면 꼭 비가 와


우리는 우산을 버리고 비 오던 오키나와를

두 손 잡고 하염없이 걷고 또


슬픈 기억을 억누르려고 하지 마

그냥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자

비 오는 오늘을 함께한 추억으로 남기자


비를 유난히 싫어하던 그녀를 따라서

나도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때 그 어리고 여린 아이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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