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는 흐린 새벽에
가장 빛나게 피는 수증기처럼
따뜻한 물에 한껏 씻어내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복숭아처럼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었고
그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잠시 세상의 기준이 부질없다
그 너머의 마음을 보고자 했던 때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었고
그녀는 정말이냐고 물었습니다
사랑을 믿었던 앳된 마음과
사람을 믿었던 아직은 어렸던
예쁘다 예쁘다 말해주었고
그녀는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물었습니다
정말 자기가 예쁘냐고 다그쳤습니다
내가 예쁘다고 말해줄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미소가
예쁘다고 했습니다
네가 젓가락을 쥘 때마다
찡긋하는 미간이
예쁘다고 했습니다
내 서툰 사랑표현에
그렁그렁한 눈으로 바라볼 때
예쁘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내게
사랑을 확인하는 모습이
예쁘다며 안아주었습니다
예쁘다는 말은 주관적입니다
나는 그것을 깨닫고 행복해졌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믿는 게 내 세상이 된다고
예쁘다는 건 그 의미가
나를 넘어서 우리에게 있다고
자신의 마음을 돌볼 수 있어야
누군가를 맘껏 사랑할 수 있다고
나는 궁금한 게 있습니다
당신에게 가장 예쁜 사람은
어느 시절의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