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의 이웃/가현달
덜커덩 창문너머 지하철이 지나가는 소리에 숨 막혀 잠이 오지 않던 날
차가운 벽너머로 이어지던 사람의 흔적이 끊어진 어느 날
한 평 남짓 가거하는 나는 마음도 한 평이 되어갔었고
그 좁은 방에 이것저것 들여놓느라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막걸리 한 병을 종량제봉투에 담아 드나들던 옆모습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나는 그와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 나는 이곳을 떠나 더 큰 곳으로 떠나갈 테니까
언젠가부터 문밖에 놓인 택배상자들은 그리운 기다림에 한가득 잠겨있었다
우편함에 꽂힌 각 잡힌 편지들로 무섭게 핀 종이꽃다발
그것들만이 지나던 사람들을 불러 세워 마침내 이웃을 기억해 내었다
시야를 거스르며 한가득 비추는 햇살은 그가 누운 자리를 따스히 감싸고 있었고
샛노란 민들레꽃이고 흰 국화꽃이고 한가득 핀 신원 너머의 자리에서
새하얀 표정의 그는 넌지시 질문을 잘라 물어주었다
여기는 지금의 어디입니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곳은 연민을 잃어가는 나의 기억이라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인연이 없는 나는 당신을 못 본척하고 싶었지만
한동안 나도 겨울의 자리를 잃어가며 외면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자리에 누워볼 수밖에 없었다
까슬까슬하고 얇은 여름이불에서 비냄새가 났다
나는 비냄새를 알게 되었고 그는 무언의 이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