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by 김가인 오로시

언덕 위 옥상에 놓인 평상에 누워

바람소리를 듣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보게되는 낯선 편지가 들려왔다



세숫대야의 물에는 초승달이 흐리고

참방참방 세수를 하고 노란 수건으로

빤질하게 이마를 닦는다 또 다른 얼룩이 생기게



그 얼룩은 다른 얼룩을 타고 발끝까지 내려와

나의 그림자 마저 삼켜 먹는다

그림자 속에 들어간 얼룩은 편지 속의 한 단어가 되어

소리를 타고 언덕으로 돌아온다



바람의 노랫소리를 듣고 잠이 들어버린 나는

세상 그 어떤 과일보다 달달한 잠에 빠져버렸다

아주 깊이ㅡ



입 속에 시다못해 쓴 노란 레몬이 나를 깨운다

눈을 뜨고 바람 소리를 저멀리서 천천히 듣고 있다

갓난 아이가 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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