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리부트 2. 제10장 네스트 지도

by 전춘미

은신처 안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 어둠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었다.


바깥의 소란은 유리창 너머로 미세하게 진동하며, 금속 벽을 타고 파문처럼 퍼져 들어왔다.

마치 도시의 마지막 숨결이 금속과 콘크리트 틈새를 타고 스며들어,

이 안에 갇힌 사람들의 폐 끝까지 닿는 듯했다.


벽엔 전투의 흔적인 파편과 탄흔이 거칠게 박혀 있었고,

바닥에는 부서진 드론 부품과 무너진 콘솔 잔해들이 흩어져 있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일정한 박동으로 울려 퍼졌고,

어딘가에선 고장 난 장비가 낮게 떨리며 마지막 경고음을 끊임없이 흘려보냈다.

점멸하는 붉은 경고등은 심장처럼 깜빡였고, 그 빛이 사람들의 표정을 번갈아 물들이고 있었다.


엘라는 단말기를 켠 채 조용히 화면을 응시했다.

주위의 소란은 그녀의 집중을 깨지 못했다.


제로는 옆에서 감정 로그의 파형을 분석하고 있었다.

서로 얽히고 충돌하는 파형 속에서 붉은 선은 급격하게 진동했고, 파열음이 간헐적으로 튀어나왔다.

파란 선은 가늘게 끊겼다 다시 이어지며 흐름을 만들었다.

진동은 마치 금속 실타래가 꼬였다가 풀리는 것처럼 불안정했고, 그 소리는 귓속을 찌르듯 날카로웠다.

감정 로그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처럼 반응하고 있었다.


"무언가 있어." 제로가 낮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로그가 아니야. 누군가 메시지를 암호화해서 심어놨어. 살아 있는 회로처럼."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형 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몇 개의 파형을 조심스럽게 분리하고 재구성하자, 붉은 점 하나가 떠올랐다.


그것은 단순한 좌표가 아니라, 미세하게 맥박 치는 빛이었다.

마치 지도 위에 새겨진 경고등처럼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신호였다.


연이어 좌표들이 나타났고, 서로 곡선을 이루며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 곡선은 전통적인 지도상의 선이 아니라, 감정이 흘러간 흔적처럼 유기적으로 퍼져나갔다.

"여기야. 네스트의 위치."

순간, 은신처 안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엘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스크린을 응시했고, 다른 이들은 붉게 물든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은 이 공간 전체를 눌러오는 무형의 무기 같았다.


결국 하린이 조심스럽게 침묵을 뚫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그녀의 목소리엔 거친 숨결과 불신이 얽혀 있었다.

"이게 함정일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닐 수도 있어." 엘라는 담담하게 응수했다.


류가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젖히며 말했다.

"우린 병력도 장비도 부족해. 조작일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어?"


리츠가 단말기를 들며 답했다.

"제로가 확인했어. 이건 우리가 만든 로그 형식이 아니야. 외부에서 삽입된 흔적도 없고,

암호 구조는 너무 정교해. 내부 시스템으론 구현이 불가능해."


엘라는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우린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OZ는 감정을 단순한 감시 도구로 삼는 걸 넘어서, 무기로 만들고 있어.

그리고 그건 통제야. 지배라고."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빛엔 망설임 없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고, 그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네스트는 감정의 해방구야. 그들이 감정을 억제하려 한다면, 우리는 감정으로 저항해야 해."


하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말했다.

"감정? 그건 예측 가능한 변수일 뿐이야. 약점이지. 우린 그걸로 조종당했잖아."


엘라는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그래서 감정은 무기가 아니야. 그건 탈출구야.

우리가 닫힌 세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문."


그 말은 단지 은유가 아니었다. 공간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이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었고, 호흡은 잠시 멎었다가 다시 시작됐다.


제로가 손을 움직여 화면을 확장했다.

"네스트의 지도."


지도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반응했다.

빛나는 선들이 살아 있는 피부 위에 새겨진 문신처럼 번져나갔고,

그 사이사이로 미세한 전자 신호들이 흐르며 신경계처럼 공간 전체에 퍼져나갔다.

중앙 좌표는 은은하게 빛나며 일정한 간격으로 맥박 쳤고, 외곽의 붉은 선은 점차 진해지며 맹렬한 에너지를 드러냈다.


"이건 단순한 위치가 아니야." 제로가 말했다.


"하나의 경로이자 상징이야. 감정의 회로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나침반 같은 거지."

리츠가 덧붙였다.


"감시망은 여전히 작동 중이야. OZ는 감정 기반 추적 기술을 이미 실전 배치했어.

나노센서가 눈물 속 화학성분까지 분석한다고. 단순히 우는 것만으로도 위치가 노출될 수 있어."

하린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숨을 곳도 없고, 감정도 숨길 수 없어… 결국 도망칠 수 없다는 거네."

엘라는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나아가야 해.

우리가 가진 것, 우리가 느끼는 것, 바로 그게 OZ가 가장 두려워하는 거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이전의 불안은 사라지고, 차분한 결심이 서서히 그 자리를 채웠다. 리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하린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류는 단말기를 닫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건 전쟁이 아니라 선언이다. 우리가 여는 감정의 반격."


그 순간, 은신처를 감싸던 정적은 결의로 바뀌었다.

침묵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확신의 언어가 되었다.

엘라는 단말기를 닫으며 조용히 말했다.

"출발하자. 감정을 봉인한 도시의 심장으로. 그곳엔 우리가 되찾아야 할 모든 것이 기다리고 있어."


조명이 깜빡이며 바닥을 물들였다.

붉고 푸른빛이 교차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감쌌고, 공간엔 미세한 전류가 감정의 떨림처럼 퍼져갔다.

감정은 이제 억압의 대상이 아닌, 항해의 나침반이 되었다.

그 문을 열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감정이 다시 세상을 바꿀 첫걸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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