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에 말라버린 가을 -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가을은 지난여름의 뜨거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잔인했던 태양이 바싹 구워 놓은 잎사귀들은 가을에 물들 기운도 없이
맥없이 겨울을 기다리며 말라가고 있다.
자작나무들은 그렇게 가을을 보내고 있다.
반짝이는 햇살 속으로 여름의 재를 털어 보내며,
시리도록 푸른 하늘로 해를 이던 잎사귀를 떨궈내며...
한없이 투명한 가을 햇살도 이들의 색을 살려 놓기에는 퍼올릴 힘이 없다.
마지막 남은 색 한 알을 가까스로 역광에 실어 나를 뿐.
그래, 수고했다.
이렇게 한 해를 견디어 내었구나.
겨울 갈무리 잘하고, 내년에는 좀 더 기운찬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꾸나.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