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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셩혜 Mar 23. 2021

곡소리 나도 좋은, 플라잉 요가를 하다

플라잉 요가를 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출장과 코로나로 몇 달 수업은 빠져야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는 중이다. 플라잉 요가를 처음 알게 된 건 2014년 즈음이다. 한 제강기업 업무를 할 때 알게 된 운동으로 당시만 해도 신박한 운동이라 여겼다. ‘한 번 찾아볼까’도 싶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아무리 단단하게 잘 고정되었더라도 ‘만약에~’가 발생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에~’ 이후에는 별별 상상을 하게 된다.

2019년 연말, 여행에서 플라잉 요가를 접하고 온 친구의 제안 덕분에 시작한 플라잉 요가. 다행히 집 근처에 학원이 있어서 별 고민 없이 찾았다. 친구가 이미 상담을 받은 덕분에 나는 꼽사리 낀 채 따라간 것. 체험 경우 별도의 체험비가 있는데, 어차피 이왕 해보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니 3개월 등록을 해버렸다. 친구랑 함께 등록하니 약간의 할인 혜택도 있었다.      


처음 도전하는 운동이 쉬울 리 없고, 해먹에 몸을 의지하는 것 자체가 모험에 가깝다. 해먹에 허벅지를 걸거나 감고 그대로 한 바퀴 돌다 보면 비명이 절로 나온다. 잠자고 있는 근육을 깨우니 근육통은 당연한 후유증이다. 시간대마다 강사가 다른데 친구와 나는 저녁 수업을 참석하다 오전으로 변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전 수업을 다녀온 친구가 말하길 오전 수업 선생님이 더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는 것이다. 쉽사리 동작을 따라 할 수 없는 초보자의 자세까지 잡아 준다니 고민할 필요 있을까. 아무튼 그 이후로 친구와 나는 지금까지 주-욱 오전반 수업을 참석한다(나중에 필라테스 선생님이 알려준 정보는 어느 센터든 오전 강사의 경력이나 티칭 스킬이 좋다고!).     

해먹 하나로 별의별 운동이 다 되는구나 싶을 만큼 플라잉 요가 동작은 다양하다. 스케줄 때문에 가끔 1.5단계 수업을 참석할 때가 있는데 1단계와 1.5단계도 참 다른 듯해 ‘좀처럼 1단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다. 레벨 1단계도 이렇게 다양하고 쉽지 않은데 2단계는 오죽할까 싶다.


운동을 일 년째 하고 있지만, 이름을 외우는 동작이라곤 인버전(기본자세로 해먹에 거꾸로 매달리는 자세), 다빈치(인버전이랑 연결되는 자세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와 비슷한 자세), 팅커벨(피터 팬에 등장하는 그 팅커벨을 연상시키는 자세) 등 몇 개가 전부다. 분명 강사가 이름을 알려주지만, 동작 명칭보다 강사가 취하는 자세를 보고, 그 자세를 따라 하다 보면 한낮 명칭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다. 동작 명칭보다 정확하게 따라 하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을 하는 거다.     

처음 3개월을 등록하고 추가로 계속 등록을 이어오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단 플라잉 요가를 하면 근육은 아픈데, 몸은 시원하다. 온몸 뼈 마디마디가 깨어나는 듯 시원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만족감을 준다. 가끔 손가락이 아프긴 하지만 아픈 것보다 개운함이 더 크다. 그 시원함과 개운함에는 약간의 중독 같은 맛이 있다. 남편은 ‘그게 무슨 운동이 되냐?’라고 하는데 한 번만 해봐라. 그러면 알게 될걸. 땀이 날 만큼 운동이 된다는 걸.      


처음 시작할 때 비명을 지르던 곳곳의 근육은 점점 해먹과 친해지는 중이다. 가끔은 곡소리를 내며 다리를 끌고 학원을 나오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잘 버티고 있다. 어쩌다 자신 없는 동작도 있지만(대부분 이유는 무서워서다), 쭈뼛대다 보면 선생님이 도와준다. 그렇게 막연한 동작도 한 번 해내면 왠지 모를 성취감이 따른다. 막연한 마음에 가졌던 상상의 나래에 등장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고 있다. 해먹 위에서 흔들흔들 불안함도 이겨내다 보면 뿌듯한 것처럼 운동과 인생은 참 닮은 듯하다.      

종종 처음 오는 분들이 수업 중 힘들어하는 걸 보면 ‘나도 한때 저랬었지!’하고 떠올리게 된다. 그때 내가 있어 지금 내가 있듯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고 친구 덕에 시작한 이 만족스러운 운동을 다른 친구도 한 번씩 경험하면 좋겠다. 참 좋은데, 이 좋은 걸 몇 마디로 표현하는 것보다 한 번의 체험이 더 나을 것이다.


플라잉 요가를 한다는  이야기에 “,  쪼가리에 매달리는 ?”라고 말한 친구가 있다. “!  쪼가리가 아니라 해먹이거든! 그리고 매달리는  아니라 이용하는 거라고!”  목표는  친구를 해먹에 매달리게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봄이 되어서 운동해야 하는 ~'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플라잉 요가를 권하는 중이다(첫날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다. ‘내 돈 주고 내 몸을 왜 혹사시킬까?’ 싶을 테지만 딱 세 번만 해봐라!!)


“분야를 막론하고 '취미 생활자'라서 아마추어들은 장비 욕심을 내는 법이니까. 장비 욕심을 부려도 낭비나 헛짓으로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그들을 프로라 부른다.”     


최근 읽은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실 읽으며 뜨끔했다. 요즘 집에 설치해볼까 하고 검색해보곤 했기 때문이다. 역시 난 아마추어 취미생활자인가보다. 집에 사둔 요가 매트라도 잘 쓰면 좋으련만.           



*플라잉 요가는 한국식 표현이고 영어권에서 에어리얼 요가(aerial yoga)나 안티그래비티 요가(anti-gravity yoga)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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