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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햄버거 하나로 시작한 기업이 어떻게 세계 최대

지속경영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을 어떻게 창조하는가?

by 까막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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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가 집에서 100m 떨어진 자리에 오픈했을 때 동네사람들은 환호했다.

롯데리아가 인근에 있긴 했지만 버스 한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다 보니 거리도 좀 애매했고 무엇보다 빅맥같은 인기 햄버거는 먹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


새로 오픈한 샵은 드라이브 인까지 가능하여 외출하다 들어올 때 간단하게 픽업을 할 수 있는다. 딸 아이 성화에 해피밀 피규어 세트를 사기 위해 1시간 줄을 섰던 기억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어느 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병에 걸린 아이에 대한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기 시작했고 덜 익은 패티를 그냥 내보내서 생긴 상황으로 추측된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가끔 햄버거 패티가 덜 익어 차가운 부분이 있었다는 기억이 스쳤고 - 꼭 맥도날드가 아니더라도 - 맥을 피하게 되었다. 와퍼를 사 먹긴 해도 맥도날드는 주저하며 발걸음을 흘려버리는 놀라운 변화.


맛도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고, 한국법인 대표가 바뀌면서 다시 예전의 맛을 찾았다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돌면서 안 좋았던 일은 청산하고 새롭게 시작하는가 보다 했다. 가끔 햄버거 병 이야기가 잠시 언론에 등장하지만, 파파이스 마저 사업을 접는 어려운 상황에서 아직 맥도날드의 위치는 바닥을 치고 정상 괘도로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인 이슈는 당연히 본토인 미국에서 극심한 갈등까지 수차례 반복되고 있다는 맥도날드 투쟁사가 책으로 등장하여 흥미가 갔다. 어쨌든 간에 제일 좋아하던 햄버거 브랜드이고 마음 속의 휴식처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 그들의 진솔한 기업 투쟁기를 쉽게 지나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햄버거 하나로 시작한 사업을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DNA도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두에 저자는 CSR 역할을 기존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한 배경과 의지를 이야기한다.

많은 회사들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보다는 수익의 확대에 집중하였고, 미국에서는 오랜 소비자 운동으로 CSR에 관한 여러가지 제도와 실행을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기업이 변화된 역사는 2000년 이후라고 기억한다.

바다에 난파된 유조선의 기름띠를 제거한 게 누구였는가?

종업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작업환경을 눈 가린 기업에게 무슨 사회적 봉사를 요구하겠는가?

하지만 2020년의 한국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한 기업에게는 있던 애정도 빼앗아 가는 성숙된 의식이 안착된 상태이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일본 불매 운동만 보더라도, 성난 민중에게 기름을 끼얹은 기업은 지난 몇 년 동안의 성과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식품회사는 다른 어떤 기업보다 시민운동가들의 표적이 되기 싶다. 가장 친숙한 기업 형태이고 우리의 삶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식이 확대되며 사람이 먹어야 할 가축을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환경오염은 워낙 많이 회자되어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악덕기업들이 피해에 따른 보상을 진행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인류공동체를 위해 지양해야 할 일은 암암리에 묵인된 생산활동이 되어 갔고 소비자 운동도 슬며시 꼬리를 감추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맥도날드도 그동안 기후변화, 동물의 권리, 삼림 파괴 등 자연적인 쟁점은 물론 비만과 영양불균형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대응해야 했기에 그들 만의 대응전력이 필요했다.


일반적인 식품회사라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단기 처방으로 급한 불만 잠시 끄려고 했겠으나 맥도날드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맞서고자 한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론화를 통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방향인 동시에 매우 지난하고 괴로운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일 수 밖에.


1970년 매우 이른 시기부터 사회적인 요구에 답을 찾던 맥도날드는 햄버거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리고 낸 결론은 재료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직접 개입하자는 의견이다.

맥도날드도 고기를 빼고 햄버그를 만들 수 없고 고객들도 패티 없는 햄버거는 싫어할 테니 궁극적으로 재료인 고기의 유통과정에 개입을 해서 안전하고 도덕적인 고기를 만들어내자는 생각의 전환이었다. 여기에는 단순히 기르고 도축하는 과정뿐 아니라 도축시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남획되는 재료는 기피하겠다는 활동, 심지어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까지 고려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려사항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공급자는 더 좋은 재료를 공급하고, 맥도날드는 고객에게 건강한 상품을 제공하여, 고객은 언제나 맥도날드를 먹고 싶다는 욕망을 일으키는 고도의 전략이 완성된다.


때로는 시민운동단체와 협력하지 않는 사례도 등장한다. 회사가 해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공격적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지만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경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업이 모든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고, 어쩌면 그렇게 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행동으로 맥도날드에 조건을 제시하고 갈등을 빚은 PETA와의 관계가 바로 이 사례에 해당한다. 그들은 맥도날드가 사업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 - 예를 들어 닭 한 마리가 배정받는 닭장의 넓이까지 개선을 요청한다. -까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자신들의 개선을 받아들이지 않는 맥도날드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동을 일으키는 극렬 단체였다. 현명하게 맥도날드는 적극적인 대응을 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구성하고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방법들을 조언받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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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의 크기를 일시에 조정하기에는 시간적 비용적 문제가 따르니 단계적인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맥도날드는 지속적인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일시적인 문제를 회피하는데 급급하지만 지속가능한 변화와 개혁을 맥도날드는 선택하고 이에 대한 원칙을 전문가들과 수립하는 노련한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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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PETA도 협상자리에 나와 맥도날드와 개선안에 대해 논의를 한다. 문제는 기존 공급업자들의 반발이다. 비용은 맥도날드가 부담하겠다고 해도 그들은 납품을 거부한다. 헤게모니 싸움이다. 농장 운영방식에 대해 맥도날드에게 결정권을 줄 수 없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하지만 선두업체의 변화를 다른 업체들은 모른 척할 수 있을까? 버거 킹의 치킨은 병든 닭으로 만든다는 오명을 가져올 수도 있는데? 결국 맥도날드의 선택은 사업 전체의 표준이 되고 생산업자들은 새로운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는 변화가 일어난다.

덕분에 산란계의 사망률은 감소, 달걀 생산량 증가. 닭이 등을 돌려 누울 공간이 생겼다. 암모니아 수치가 낮아져 근로자와 닭에는 더 좋은 환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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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해 나가던 그들에게 가장 두려운 공격은 비만 문제였다.

지속적인 소아 비만 증가로 사회는 시끄러워지는데 맥의 "해피밀"이 공격대상이 된다. 햄버거와 탄산음료가 어린이들에 입으로 들어가 어떤 작용을 할 지 지금은 잘 알겠지만 2000년대 초반의 사회 분위기는 새롭게 쟁점을 일으키는 문제였다. 주력 메뉴의 재료부터 판매/홍보를 건강한 식품으로 바꾸는 노력은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최대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과감히 진행한다. 그들은 세트메뉴에서 프랜치 프라이를 빼고 샐러드, 과일, 야채를 제공하기고 한다. 청량음료가 아닌 물, 우유, 주스를 홍보하고, 아이들이 이 메뉴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용기를 새로 디자인했다. 해피밀 용기에는 아동 친화적인 건강 메시지와 영양정보를 제공했다. 고객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개선을 해 나간 셈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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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더 나아가 "맥도날드 브랜드 야망"을 발표한다.

"우리의 목표는 판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긍정적인 힘을 양산하는데 영향력을 사용한다. 고객을 위해, 사람을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세상을 위해"

-Good Food, Good People, Good Neighbor


코로나로 경제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모든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최대의 지상과제로 설정하여 오늘도 열심히 소비자에게 추파를 던진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이란 속성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쉽지 않을 수 밖에.


맥도날드의 방법을 살짝 참고하는 방법도 좋다.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자신의 어두운 면, 부족한 부분을 성찰해보는 시간을 갖고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주어진 과제에 대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야 말로 적군을 아군으로 협력자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물론 고객과 NGO단체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리더들에게 필요한 역량에도 눈길이 간다. 용기, 확신, 현명함, 반대, 협력, 쾌활, 카리스마. 그래, 이 정도가 되야 변화와 혁신이 가능할테지!


맥도날드의 사례를 보며 우리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식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예전에 모 유통기업 총수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냐며 고객에게 비아냥 섞인 멘트를 날려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언급이 적절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해당 기업이 사회적 봉사와 기여를 마케팅과 잘 믹스하여 선한 이미지를 확보했기에 가끔 터지는 곤란한 상황을 모면해내고 있다. 반면 유사 업종의 다른 기업은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평상시의 이미지 관리가 중요해."

개인은 물론, 기업에게도 끝없이 요구되는 진실의 순간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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