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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막새 May 17. 2021

[서평]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임금의 마지막 사망을 의학적으로 풀어내다.

조선의 왕은 어떻게 죽었을까 : 임금의 마지막 사망을 의학적으로 풀어내다.


권력의 끝에는 역사적 의심이 자리 잡는다.


인류의 수많은 역사서에는 권력자의 최후에 대한 파란만장한 이야기와 이를 둘러싼 암투와 의혹들이 제시된다.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는 경우 후세 사람들은 연극이나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로 활용하며 비장했던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고 과거의 역사가 현재에도 동일한 패턴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음을 재확인하는 듯하다.

브루투스 너마저 나를 배신하냐며 분노의 눈빛으로 쓰러져간 카이사르의 죽음은 훗날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벌어진 권력자의 최후와 많이 닮아 있다. 

권력 투쟁의 결과물로 처참하게 살해된 현장은 끔찍하지만 역사적 기록은 남아있다. 대다수는 일반적인 병세의 악화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1인자가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는 정치적인 딜레마가 기록으로 남아 의문을 대변한다,

독살이라는 음모로 죽음의 방향을 돌리면 많이 헷갈려진다. 물음표로 마지막 장에 기록으로 끝나면 역사의 수수께끼는 우물 속에 진실의 열쇠를 던져버린다.


조선 왕들의 죽음은 의혹을 일으킬 만한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데, 칼부림으로 인한 왕권에 대한 도전은 유교라는 질서 속에서 일어나기 힘들었기에 보다 은밀한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정치적인 얽힘을 왕의 죽음 시점으로 한정시키며 역사적 흐름의 변화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실록을 위시한 기록에 등장하는 1인자의 질병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어떤 이유 던 왕들의 죽음은 질병과 고통이라는 현상으로 종결되므로 현대의학적 의견을 당시의 의술에 연관시켜 살펴본다면 흥미로운 풀이가 될 수 있다.


많은 임금을 괴롭혔던 종기나 화병 등은 결국 지금 시대에서 돌아본다면 흔한 질병인 암과 심혈관 또는 뇌혈관 계통의 질병이 결정적인 사인으로 판명할 수 있고, 죽음을 내몰리는 과정은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당뇨 등 다양한 성인병이 주요 요인을 발현될 수 밖에.

조선 임금들의 죽음을 하나씩 차근히 기록해 나가가는 독특한 역사 해석은 조선사를 연계하여 통수권자의 죽음이 정국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살펴보기에 적합하다.


몇몇 아픈 장면도 포착된다.

세조가 내린 사약에 저항하던 어린 단종의 최후. 그가 갇혀 있던 청령포의 사진 컷은 자연이 만든 감옥 속에서 분을 삭이지 못하였지만 군주로서의 의기로움이 남아있던 어린 왕의 안타까운 최후를 그려볼 수 있었다.


전란과 세자자리의 위협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지만 오히려 왕의 자리에서 쫓겨나 귀향지에서 천수를 누렸던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시간이 될 때 한 번 더 공부해보았겠다는 다짐을 남긴다.

드라마 등에서는 그를 비극적 영웅으로 묘사하지만, 권력을 위해 가족을 끔찍한 상황에 몰고간 정황을 보면 정신적인 불안정성이 내재하였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실질적 조선의 마지막 임금 고종은 시기적으로 가깝고 음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이다 보니 독살에 의한 임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하필이면 사망하던 날 밤 주변에 있던 이들이 이완용, 이기용 친일파의 수괴인 부분, 독살을 주도한 인물들이 이왕직, 한상학이라고 명확히 지목된다는 점 등은 다른 왕들의 의혹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무너져 가는 왕조와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국왕이었지만, 누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결과는 유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던 비운의 조선 왕. 마지막까지 제국주의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국가와 패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조선의 비극적 종말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권력자의 최후에는 정치적 음모와 탈취가 난무한다.

과거와는 달리 왕이 아닌 국민의 의지로 국가는 운영되지만, 나라의 권력과 곳간을 노리는 자들은 아직도 많은 관직에서 국민의 고혈을 가로채고, 음모를 꾸며낸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한론을 내세우며 국가의 부흥을 위해 주변국을 노리던 국가들에게 또다시 나라를 빼앗길 수도 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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