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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Aug 27. 2020

게임이 특별한가요?

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이용자 서문. 김민철 위원 편 ㅣ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컴퓨터 게임이란 것이 존재했습니다.

게임의 역사와 일생을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의 계기가 되어서 게임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또 지금은 게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는, 운이 좋은 게임세대의 일원이라 할 수 있죠.


 게임을 콘텐츠로 전공을 하던 시절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게임이 더욱 발전한다면 이전의 모든 미디어는 구닥다리가 될 것이다. 영상은 절대 게임의 재미를 따라올 수 없어!’ 게임만큼 재미있고 또 디지털 시대에 이보다 적합한 콘텐츠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우리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시간을, 그것도 매우 빠르게 영상을 소비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유튜브(전 세계에서 매일 10억 시간을 시청한답니다!)와 SNS,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는 무한에 가까운 영상을 제공해줍니다. 

약 10년 전 게임이 세상을 지배하리라 생각했던 저의 무지함을 비웃듯 지금은 바야흐로 영상의 전성시대입니다. 

이 흐름은 아기들의 핑크퐁부터 어머니들의 미스터 트롯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가 있었을까요? 


2009년 출시된 iPhone3GS(출처: 애플)


 변명을 좀 하자면, 제가 게임을 특별하다고 여기던 10년 전의 디지털 세계는 지금과 또 달랐습니다. 2009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대한민국에 처음 등장한 스마트폰인 아이폰3GS가 첫 개통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와이파이 시대가 개막하게 됩니다. 이전에는 모바일에서 웹서핑하거나 게임을 내려받는 것은 금액적인 부담 덕에 큰 용기가 필요했었거든요. 아직 피씨방 문화에 갇혀있던 게임은 세상의 변화와 함께 산업적 성장과 문화적인 보편화를 빠르게 이루게 됩니다. 물적, 양적으로 게임은 특별했습니다. 더군다나 게임을 이해하는 에코 세대가 서서히 사회의 실무자로 자리를 잡는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나때는 말이야를 소환하자면, 직장에서 취미를 이야기할 때 게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혁명이었습니다. 


 사실 게임의 삶은 디지털의 삶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테스트와 학습은 대부분 게임으로 하거든요(지뢰 찾기는 마우스의 기능을 학습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런 태생적인 비밀이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이 폭발하는 시기에 게임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겠죠. 이에 지금부터 등장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자신들의 기능에 ‘게임 한 숟가락’을 얹게 됩니다. 게임의 재미있는 요소를 직감적으로 분석해 하나씩 서비스에 탑재하는 것이죠. 이때 즈음 게이미피케이션이라던가, 행동 기반 게임 역학 등의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게 자그마치 1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이 10년 동안 게임은 디지털 서비스와 연리지처럼 한 몸으로 얽히게 되었습니다. 지금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저 역시, 지금 게임에 추가하고자 하는 기능이 어느 SNS에서 본 것인지 아니면 게임의 채팅 게시판에서 본 것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니까요. 


 이러한 상황은 우리들의 문화 전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캐, 부캐, 만랩, 신박하다 등등 셀 수 없는 많은 게임용어가 이미 일상용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새로운 동료를 영입하는 게임적인 플롯은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또 게임 OST를 주제로 한 오케스트라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유튜브로 게임방송을 먹방 보듯이 보는 지금, 상호작용이 더 이상 게임의 것이 아니게 된 지금, 게임은 전혀 특별한 존재가 아닙니다. 제가 좀 틀렸습니다만 뭐 어떻습니까. 게임이 흔해졌는데요. 




제는 특별하지 않은데


 게임의 뿌리는 디지털의 뿌리와 함께 얽혀 줄기까지 뻗어있습니다. 만일 이 나무에서 게임만을 잘 발라내서 걷어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회문화에서부터 산업, 일상용어에서 유재석의 부캐 키우기까지 우리 삶 전반의 일인데요. 그리고 굳이 그걸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유튜브보다 짧은 플레이 시간이 삶을 망칠 정도로 크게 위협이 되는 것일까요? 형태만 다를 뿐 누구나 콘텐츠는 소비하거든요. 

[그림] 게임사의 PLAY A PART TOGETHER캠페인(출처: 유니티 공식블로그, 블리자드 공식트위터, 라이엇게임즈 공식트위터)


 그런데도, 굳이 그것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확히 2010년대 초에 나타난 이들은 게임을 술, 마약, 도박을 같은 선상에 놓고 위험하다고 주장했었죠. 그 결과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질병코드에 등재 했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게임을 질병이라고 결정한 지 1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고, 이에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한 방안으로 WHO가 스스로 나서서 게임을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참 이상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우리는 그대로인데, 자기들 스스로 게임을 질병으로 정하고 진짜 질병이 나타나니 자신들이 질병으로 정한 것을 권장하는 꼴이라니. 이걸 반가워해야 하나요. 


 게임이용장애라는 낙인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마스크를 벗게 되는 시점에는 또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만일 이 모든 상황이 의문스럽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임을 느낀다면, 왜 그런 것일까요. 무슨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적·산업적 산물에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 만큼 우리는 배우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일까요. 무언가 이상합니다. 




Play a Game


 사회학에 준거집단이란 말이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가 동일시하는 집단의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내가 포용하고 있는 준거의 문화는 인정해주고 알아주길 원합니다. 어렵게 썼지만, 나의 팬심을 누구나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게임은 과거 매우 좁은 구역에 존재하는 준거의 기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적·양적 성장을 이루는 데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성장력만큼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듯 당연히 있어야 할 담론의 장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풀고자 하는 취지에서 멋진 분들이 훌륭한 글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현대 사회의 우리는 일을 함과 동시에 당연히 언제든 잘 쉬어야 합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논다’라는 것에 큰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휴식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도구가 TV가 아니라 게임인 것에 대해 더욱 큰 찝찝함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 감히 말씀드립니다. 30년 정도 게임을 즐겼는데, 앞으로도 평생 즐길 것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입니다. 






김민철

2020년 ㈜해긴 개발실 차석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게임×이용자 분과 총괄)

[2016년 ~ 2020] 해긴 춘천법인(피드백루프)의 법인장

[2015년 ~ 현재]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게임기획 강의 

[2015년 ~ 현재] KBS 도전골든벨 사회분야 자문위원

[2017년 ~ 현재] 게임문화포럼 분과 위원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학사/석사/박사 (게임 및 문화산업 전공)







다른 위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서문_게임이 특별한가요? / 김민철 (주)해긴 개발실 차석 CLICK

 1탄_게임 이용 장애와 포스트 코로나 /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CLICK

 2탄_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사회적 낙인과 도덕적 공황에 대하여 / 이형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CLICK

 3탄_게임을 이용하며 생각하는 게임 리터러시(이해) 교육 / 조영기 게임정책자율기구 사무국장 CLICK

 4탄_게임놀이 속에 숨겨진 보물 / 박성옥 대전대학교 교수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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