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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문화포럼 Sep 17. 2020

게임놀이 속에 숨겨진 보물

2020 게임문화포럼 칼럼시리즈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이용자4. 박성옥 위원 편 ㅣ

게임! 몰입을 경험하다.


몰입(flow)이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라고 심리학 용어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좀 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흥미를 가지면서 집중할 수 있는 특성’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몰입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 긍정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 박사는 “몰입유발은 게임을 비롯한 게임형 활동에서 풍부하게 일어난다.”라고 강조하며, 현실의 일을 게임 속의 일처럼 조직해 행복을 증진 시키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몰입 현상은 아동부터 고령층에 이르기까지 게임을 가지고 작업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금만 더요“라는 언어적 표현에서부터 “너무 재미있어요”란 애절한 표정 속까지 쉽게 발견된다.


다음의 [표 1]은 발달과정에서 만나는 게임 활동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분리,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과 도전과제에 대한 숙달감과 성취감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에서, 또래들과 게임을 매개로 다양한 심리적 역동을 경험하게 된다.      

[표1] 발달단계 별 게임 놀이의 특성


몰입의 모형[그림 1 참조]을 살펴보자. 이 모형 안에 바로 삶의 행복을 증진 시키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 또한, 이 모형은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왜 게임을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기도 하다. 

개인의 능력과 과제의 난이도 두 축을 중심으로 자신의 능력보다 과제가 어려울 때 왼편의 각성, 불안, 걱정의 경험을, 반대로 과제가 자신의 역량보다 쉬울 때 자신감, 느긋함, 권태로움의 경험을, 개인의 능력도 높음과 동시에 과제가 어려울 때는 ‘몰입’을, 그 정반대 편에는 ‘무관심’이 제시되어 있다. 


[그림 1] 몰입의 모형(출처: 칙센트 미하이, 2004)


누구나 능력과 과제 수행력이 높을 때 느끼는 ‘몰입’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하지만 간혹 상담 장면에서 공부도 놀이에도 관심이 없는 아이(없는 척하지만, 사실 내면의 욕구는 간절히 몰입을 경험하고 싶은)를 만날 때가 있다.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 몰입상태를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이때 기꺼이 게임 놀이 작업을 시도한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맥락에서 새로운 정보, 역할 그리고 행동을 부여하고, 정해진 규칙대로 시연하고 적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임 활동에 도전하도록 독려한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안전한 게임 환경 안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과 기술을 활용해 아이는 게임을 즐기게 된다. 시간이 지나 경험을 쌓게 되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안이 어느새 각성의 수준으로 넘어와 드디어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 내적 동기의 힘을 이끈다.


   바로 이때 아이는 ‘재미있어요’란 표정을 지으며 웃는다. 이렇게 게임에서 경험한 몰입은 스스로 성장의 원동력을 이끌어내고, 다음 [그림 2]와 같은 동기유발의 긍정적 선순환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림 2] 동기유발의 긍정적 선순환 모델(출처: 후카다 코지, 2012)


간혹 어른들은 아이들의 시간표를 대신 짜주고, 온갖 활동을 제공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돕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으로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행동을 길러주는 좋은 어른으로서의 역할이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발견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고 있지는 않을까?  역설적으로 훗날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는 게임 놀이룰 접할 기회와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아이를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는 일이 부모들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통제하지 않고 마음껏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 두면, 아이가 절제하지 못하고 온 종일 게임에만 매달려 결국은 학업과 일상생활을 그르치게 될까 봐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때문에 그러니 게임만 차단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강압적인 통제를 할 경우, 아이들은 오히려 게임에 더 집착하게 된다. 부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다시 게임으로 풀려 하기 때문이다. 


“넌 책임감 없고 무절제해!”라고 낙인찍고, 게임에 빠진 책임을 자녀에게 전가하는 방법은 오히려 아이들의 현실에서의 불만족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부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게 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게 된다. 

   어떻게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 스스로 안전을 지키고 자신감을 가지도록, 내면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이끌려 자립적으로 게임을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게임!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게임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무기력, 좌절을 극복하고, 도전과 경쟁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심리적 만족감을 충족하고, 생활의 활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지도의 선순환 구조를 살펴보자! 



[그림 3] 건강한 게임 몰입의 선순환구조


 첫째,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재미있는 실패에서도 게임을 즐기며 학습하도록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게임에서 배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튼튼한 감정을 만들어 내고, 이 튼튼한 감정은 더 오래 버티고 더 힘든 일을 하도록 이끌며, 더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힘이 된다.

 둘째, 이에 스트레스에 찌든 아이들의 짓눌리는 부담을 덜어주고, 활기차고 생기 넘치게 만들어 주며,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도록 마음을 열게 해 준다. 이에 내면에 있는 긍정적인 감각을 되살려 곧 문제해결, 창의력과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셋째,  나아가 게임 속에 내포된 상호작용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학습 기회를 경험하게 하면서, 소통과 공감 능력을 길러주고 적응력과 협상, 협동과 공동체 의식 등의 친사회적 기술을 습득하게 한다.


   아이가 게임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있는지, 게임을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위로를 받는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게임 속에 숨겨진 보물들, 즉 몰입,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요소를 생활 속에 충분히 녹여낼 수 있도록 적극 권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목표달성 능력을 헤아려보고, 이에 맞춰 스스로 노력의 수위를 조절한다. 유연한 낙관주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임놀이 환경은 어른들이 해야 할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최인수 역. (2004). 몰입. 한울림.

박성옥, 이정숙, 김윤희 & 백지은. (2010). 게임놀이와 아동심리치료. 창지사.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윤미나 역. (2015).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흐름출판.

후카다 코지 저. 김훈 역. (2012). 소셜게임과 게이미피케이션으로 승부하라. 비즈앤비즈.






박성옥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

게임놀이치료 수련감독, 발달심리수련감독

2020년 게임문화포럼 투고분과 위원

1991~ 현재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교수

2010~ 현재  대전시 교육청 승인 인문영재교육원 원장

2013~ 현재  한국임상게임놀이학회 학회장

2011~ 2018 대상별 게임리터러시 사업운영(한국콘텐츠진흥원)

저서 : 게임놀이와 아동심리치료, 치료적게임과 심상유도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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