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난 아이들이 종종 내뱉는 말이다. 부들이는 삼각자를 들고 있고, 그 두 손을 킹콩 선생님이 잡고 있다. 이 모습을 창밖에서 반의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 장면이 바로 이 책의 표지 삽화다. 그림 속 아이는 왜 이렇게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릴까? 그리고 선생님은 그런 아이를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나는 그림 속 두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 아이의 말이 들리는 것 같고,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윤일호 작가는 전북 정읍 신태인에서 태어나 전주교육대학교와 우리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스무 해 넘게 흙, 땀, 정을 소중히 여기며 교사로 지냈다. 학생들에게 '킹콩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듣지만, 상처받지 않고 그냥 웃는다. 매년 학급 문집을 만들며 아이들과 지내는 사이, 동시를 쓰기 시작했고 어느새 동화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서로는 '학교가 돌아왔다', '어른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학교가 살아났다' 등이 있다.
"가만두지 않을 거야"
누구를, 아니, 무엇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일까? 부들이는 학교에서 가끔 만나는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아이다. 학급에 이런 성향의 아이가 있다면 담임교사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더 챙기게 된다. 하지만 부들이가 이렇게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 데는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가정방문 장면에서 나는 내 초임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하던 중, 비가 많이 와서 차바퀴가 빠져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부들이와 가까워지고 싶어 킹콩 선생님이 어릴 적 사진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 깊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학창 시절에 그랬다. 발령을 받고 스승의 날에 기억에 남는 선생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아이들이 몰입했던 경험이 있다. 이런 몰입은 아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변화를 이끌어낸다. 킹콩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해 달라는 아이들 앞에서, 오히려 그들의 어린 시절을 묻는다. 이 장면은 아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교사에게 꼭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그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게 하는 것은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부들이에게 생소한 단어다.
엄마를 부르거나 들어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부들이는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같은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짠한 마음이 들었다.
킹콩 선생님이 부들이를 안아주는 삽화 장면에서, 부들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부들이가 육상부에 들어가 운동장을 열 바퀴 도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또한, 학원을 그만두겠다며 아버지를 설득하고, 부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모습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모든 사람은 다 제각각 빛나는 거야. 잘나고 못난 건 없어. 있는 그대로의 빛남을 존중할 때 진짜 빛나는 거야." (107쪽)
부들이가 "자신은 희망이 없다"라고 말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절대 그런 마음을 먹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었다. 마치 이런 나의 위로가 전해진 것처럼, 부들이는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고 결과를 겸허히 기다렸다. 가능성이 있는 일에만 도전한다면, 사람은 아무것에도 도전하지 못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실패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테니까. 이 동화 속 부들이도 그러하길 바란다.
책 속의 삽화들은 친숙한 느낌을 준다. 특히, 킹콩 선생님의 우락부락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은 교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한 반에 약 20명의 아이들을 맡고 있다면, 그들의 교육적 변화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은 교사로서의 몫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의 노력만으로 아이가 모두 변하리라 기대할 순 없다. 이는 학부모의 반응과 협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 부들이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부들이는 킹콩 선생님의 기대대로 용기를 내어 성장할 수 있을까?
"아픈 아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139쪽)
작가의 말처럼, 학교에는 마음이나 몸이 아픈 아이들이 많다. 특히,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는 어른의 관심과 사랑이 더 절실하다. 부들이처럼 아이들은 어른의 관심과 노력으로 충분히 변할 수 있다. 이를 어른들은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