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처음 해보는 엄마'를 읽고

by 윰글

'상상과 공감'

챕터의 이름에 나이를 셀 때 사용하는 '살'이라는 말을 넣어서 두 살, 세 살이라고 적은 것이 눈에 쏙 들어왔다. 여자로 태어나 한 번쯤은 꿈꿔보는 엄마라는 역할, 하지만 이 역할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아이를 위해 반드시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면 김구민 작가에게 엄마라는 역할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책의 저자 김구민 작가는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교사가 되었다. 다시 들어간 대학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 끝에 32살에 결혼했고, 2년 후 딸을 낳아 엄마가 되었다. 여태껏 해본 일 중에서 엄마라는 역할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 작가는 그럼에도 엄마가 되어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현재 9살인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해본 작가는 지난 8년간의 육아 시간을 어떻게 써 내려갔을까?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는 것처럼, 여자들은 아이 키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공감한다.


최근 아이의 나이에 맞춰 두 살에서 8살까지의 내용을 담아, 책은 총 7개의 꼭지로 구성되었다. 하나하나의 꼭지는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어 작가가 겪은 육아 과정 여러 편의 시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이 단숨에 읽힌다. 특히 엄마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마치 문 앞에 아이와 작가가 함께 서 있는 듯하다.


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작가의 아픔이 느껴졌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토피가 발병하면서 육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 아이를 숨기려는 죄책감.

이것은 아토피를 겪지 않은 엄마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이다. 아무 상관도 없는데도 엄마는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지면서도 노력의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 엄마는 결국 아이를 나무란다. 이런 아이와의 전쟁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마는 울면서 기다린다." (본문 발췌)


"날 만나서 반가워."

출생은 엄마와 아이가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누군가 아이는 모두 시인이라고 말했다. 절대 찾아낼 수 없는 표현으로 부모를 성장시키는 존재가 바로 아이다. 작가가 옮겨놓은 아이의 말이 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그래서일까? 책의 한 꼭지,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내가 모르는 시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다. 부모가 모르는 자식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는 성장한다는 뜻이다. 작가의 아이가 들려주는 조언은 매우 창의적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209쪽)"

아이에게 심술이 나서 괜한 말로 핀잔을 주는 부모의 모순을 보여준다. 이를 읽으며 나 또한 내 아이를 키우며 했던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떠올리며 지나간 일을 반성하게 되었다.


작가가 생생하게 그려낸 육아 과정을 보며, 나도 벌써 10년도 넘은 그 시절을 떠올렸다. 아이도, 부모도, 상황도 모두 다르겠지만 육아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감정은 있다. 작가는 독자의 그 감정을 건드린다. 아이가 보이는 눈빛, 말 한마디, 부모를 생각하는 배려,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놀이. 이 모든 과정에서 보이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이를 키워보시면 아실 거예요."

나도 그랬으니까.


엄마가 되려는 분이나 아이가 훌쩍 커버린 엄마들까지. 누구나 처음이었던 엄마라는 역할의 감정을 생생히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절로 힐링'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