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정한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신춘문예 당선은 험난한 길이다. 더욱이 2023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응모자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당선 경쟁률도 높아졌다. 분야별로 단 1편만 선정되다 보니,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그들의 노고를 전한다.
이 책은 신춘문예 당선 시인들의 당선작과 신작 시, 심사평 등을 소개하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시적 영감과 도전정신을 북돋우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기획위원회는 시의 향기가 세상 곳곳에 퍼지기를 소망한다고 전한다.
'일자천금(一字千金)'
한강 작가의 소설에 드러나는 시적 표현력은 그녀가 시인임을 입증한다. 시를 쓸 때는 사물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한다. 반전, 역설, 비유 등 시가 지닌 매력은 다양하다. 이러한 시의 특성 덕분인지 아이들이 쓴 시는 어른의 것과는 다른 창의성을 보여준다. 그 동심을 간직하는 것 또한 시적 표현의 비결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는 각 신문사가 주최한 신춘문예 당선작이 실려있다. 안수현 외 9명의 당선작 한 편과 신작 시 2편 정도를 소개하고, 류한월 외 2명의 시조 당선작도 선보인다. 각 당선자의 당선소감과 심사평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또 하나의 시'
당선작을 읽으며 든 생각은 역시 수상작은 남다르다는 것이었다. 글자 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그리고 그 단어들의 연결에서 범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시인들의 경험에는 그들만의 시적 감성이 녹아있었다. 각 시인의 당선작 외에도 두 편 정도의 시가 추가되어 있는데, 이것이 수상 이후의 작품인지 공모전에 함께 제출된 작품인지는 확실치 않다. 작품 뒤에는 수상소감이 있고, 이어서 시인들의 심사평이 실려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대서사시를 읽는 듯했다.
시는 산문에 비해 어렵다고들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짧은 언어에 감성을 담아야 하고, 시인만의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이 타인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서일까. 하지만 잘 쓰인 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시인의 감성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당선작들은 보편적 감성을 자아낸다. 대부분의 시에서는 슬픔과 이별을 극복하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노동자의 감성을 표현한 노동시도 눈에 띈다.
'현실이 문학을 압도했다'
이 책의 한 구절이다. 현실적 여건이 문학을 제압했다는 의미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해 보았다. 문학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우리에게 주면 어떨까. 문학의 순수함과 부드러움으로 현실을 잠시나마 편안히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문학이 가진 치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당선 시집을 읽는 내내 가슴속 단단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시인들은 자신의 고통을 승화하여 독자에게 위안을 주고자 했을 것이고, 독자들 또한 그것을 원하리라 본다.
매년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작가 지망생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올해는 꼭 시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당선되기 위해서는 작품을 쓸 때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할지 고민이 될 터인데, 나 또한 그래서 이 당선 시집을 구입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소재 선택 시 고려할 점, 시구의 표현 강도 등 여러 면에서 힌트를 얻었다. 특히 심사평이 유익했는데, 신춘문예 시 부문을 준비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