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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연구자 김정태 Oct 03. 2021

그 많던 '메타버스' 전문가는 어디갔을까?

메타버스의 원조인 게임(화)가 등한시되고 있다.

2021년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메타버스가 뜨거웠다. 유독 한국에서는 더욱 더. 이상한 나라였다.


2021년 여름까지 몇 차례 '메타버스'관련 기고,강연 요청이 있었지만, 필자는 정중히 사양했었다. 게임계에 몸담아 온 30년을 되돌아봤을 때, 그리고 게임 융합 연구자 입장에서 '게임'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다.  필자는 게임 연구자, 게임 융합 연구자 그리고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 연구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고 확신했고 그에 대한 생각은 변함없다.


그런데, 뜨거웠던 메타버스는 식어가지만, 아직도 어떤 전문가는


메타버스는 게임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라고 단언한다. 어떤 이는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면 너무 좁아서 안 된다.


고도한다. 


이에 게임 연구자로 '메타버스'의 기 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가을(2021.10)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야만 했다.



1. 기능성게임도, 게이미피케이션도 메타버스 라구요?


모두가 인식하는 것은 메타버스를 언급하면서 '게임(같은)~' 뭔가를 의례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칭 메타버스 전문가들의 강연이나, 방송을 접하다 보면 공통점이 있다. 메타버스의 실체가 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하면서, 그 사례로 드는 것은 십중팔구 '게임'이거나 '기능성게임' 그도 아니면 '게이미피케이션' 사례 일색이다. 그렇지 않은 사례의 '메타버스'는 게임처럼 재미있는 어떤 존재임은 틀림없다.


나이키 플러스나 트레이닝 클럽 같은 '게이미피케이션' 성공사례를 메타버스의 라이프로깅 예시로 들기도 한다. 외국어 교육 게임이나, 간호사 교육 시뮬레이션 같은 '기능성게임(Serious Game)'을 메타버스가 개척한 신세계로 제시한다. 많이 나가면 부동산게임 같은 '블록체인 게임'까지 메타버스의 성공사례로 소환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인류가 지구의 주류가 된 이후로, 많은 '신조어'들이 왔다가 사라졌지만, '게임'은 언제나 게임 이어 왔고, 앞으로도 '게임'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게임의 '어근'은 인류 문명의 탄생과 함께 오늘까지 변함없이 그 뿌리를 지켜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일부 세력(?)에서 여전히 '게임'을 '나쁜 것'으로 적대시하고 있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게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게임은 이미 공기가 되어 있다. 게임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 이상한 나라 한국에서만 뜨거운 메타버스


해외에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한국만큼 뜨겁지 않다. 그저 유명 기업가들의 비전 발표에 소환되는 정도다. 기업의  신기술에 쓰이는 개념을 설명할 때 때 '게임', '게임화', '기능성게임', '가상현실(VR, AR, MR, XR)',  '실감미디어', '상호작용 미디어(Interactive Media)' 등과 함께 동반되는 버즈워드 정도다. '게임'과 '메타버스'사이의 그 어떤 벽을 치려하거나 구분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국회에서까지 나서서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

고 벽을 쌓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고 보고서를 내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1]. 국회가 나서서 메타버스와 게임의 경계를 분리하며 왈가왈부하는 어딘가 어색하다. 게임인의 한 사람으로 그 메타버스와 게임을 구분한 정의와 전제 가설부터 문제가 있다.


굳이 구분이 필요하다면, 메타버스를 게임의 '트랜스미디어 전략'중의 하나로 보거나, 게임 융합 기술의 예시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게임 융합 연구자의 입장이다. 게임이라는 강력한 상호작용 미디어는 이미 트랜스미디어[2]의 정상에 등극한 지 오래다. '게임'을 통해서 느끼는 플레이어 경험(PX, player eXperience)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하다.



3.  '메타버스 vs 게이미피케이션' 원조 논쟁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가 1992년 소설 스노우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그 때문에 메타버스 추종론자들은 2011년 게이미피케이션 서밋(Gamification Summit)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게이미피케이션'을 앞선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는 게이미피케이션을 제대로 모르는 주장이다. 의도적이고 명시적 게이미피케이션의 시작은 1896년이다. 100년 가까이 앞선다. 그보다 수천 년 앞선 게이미피케이션 사례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인류와 함께 했다는 흔적은 차고 넘치지만, 본 고의 범위를 벗어나기에 1896년 명시적 게이미피케이션만 살펴보자.


1896년, 비게임 영역에 게임요소를 활용하여 플레이어를 사로잡는 명시적인 게이미피케이션의 사례는 할인쿠폰의 대명사인 'S&H그린스탬프'에서부터 출발했다.  이어, 보이스카웃 재단이 1900년대 초에 설립되어 게임화 계보를 이었고, 1970년대가 되어 본격적인 게임화 시대가 열렸다. ( 2002년 닉 펠링이 'Gamification'이라는 말은 늦게 기록됨)

1992년, 닐 스티븐슨의 < 스노우크래쉬 Snow Crash>에서 메타버스 용어가 처음 사용(좌). 명시적 게이미피케이션의 시초는 < S&H 그린스탬프>는 1896년 사용


이렇다 보니, 여타의 인접 미디어나 인접 산업계에서 플레이어(관객, 고객, 손님)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충성도를 높이고, 재방문을 늘리고 수익 극대화를 위해 게임화 기술을 차용하기에 바쁘다.  게임화 기술 -즉, 게임 융합 기술 - 은 인접 미디어, 인접 산업에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4. 국내외 전문가, "메타버스는 게이미피케이션 현상의 하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게임이 IT융합과  융합되는 중이다. 그중의 하나인 '메타버스'가 소환되어 급부상 중이다. 필자 입장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현상들을 메타버스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올(2021년) 봄 유력한 경제지와 인터뷰에 했다. 미국의 유명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인 '위카이 초우'도 함께였다. 필자와 위카이 초우는

메타버스는 수많은 게이미피케이션 예시 중 하나다.

라는 입장을 확실히 밝힌 바 있다.


메타버스의 성공사례로 제시되는 대부분은 '게임(화)'다. 세컨드라이프, 로블록스,  마인크래프트, 포트 나이트 등은 아예 '게임'서비스로 시작되었다. 앞의 세 게임들은  오픈월드를 표방하는 샌드박스 게임들이다. 


위의 네 번째 '포트 나이트'는 FPS게임의 아레나에서 '재활용'차원의 제휴 마케팅으로 콘서트가 열렸을 뿐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포트 나이트의 개발사 이름은 '에픽 게임즈'다. 게임엔진 '언리얼(Unreal)'개발사다. 국내에서 열심히 마케팅했던 포트 나이트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었다.   


좀 더 메타버스적(?)이라고 언급되는 '제페토'는 옷 갈아입히기 게임 장르의 확장판이다. 게임과 다르다는 '이프랜드'도 전형적인 게이미피케이션 기술이 가득하다. 2D RPG(역할수행게임) 외관의 게더타운은 아예 게임메이커(RPG쯔꾸르)로 제작된 외관의 비대면 모임 서비스다.



5. 이상한 나라의 '게임포비아'에 기인한 메타버스 열풍


일각에서 메타버스를 플랫폼으로 게임을 그의 부속물쯤으로 범위를 축소하려 든다. 이는 '게임 포비아(Game Phobia)에 기인한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넘어, 혐오 아니 무서워한다. 이상한 나라다. 


대한민국에서 게임기업인들 조차 "게임"을 게임이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법이 무서워 '메타버스'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곳도 있었다. 어처구니없다 못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게임법 '이라는 '공포'의 굴레가 '게임 창작자'와 '게임 기업'들의 자유도가 급감시키기 때문 이리라.


이에 반해, 정부는 2022년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메타버스"예산을 편성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실제로 2021-2022년 메타버스 예산은 그랬다) 그런데,  정작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게임'기업은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메타버스의 핵심기술이 '게임제작 기술'과 '게임엔진'인 것은 모두 인정한다. 그런데, 자칭타칭 '메타버스 전문가'라는 이들 중에 '게임 현장 출신 전문가'의 활동은 찾기 어렵다. 모두 게임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참사다.



6. '메타버스 게임 vs 게임 메타버스' 뭐가 맞나요?


안타깝게도 어떤 게임사들은 '메타버스 게임'이라는 기이한 타이틀을 등장하기도 했다. 거의 '역전앞'수준 아닌가. 이러니 누구나 할 것 없이, 메타버스에 올라타려는 기이한 풍경이다. '메타버스 게임'학과도 등장하고, '게임 메타버스'전문가 그룹도 등장했다. 코메디다. 정말 이상한 나라다. 


이에 메타버스의 광풍을 지켜보며 오해와 진실을 계속 알리고자 한다. 어제도 그랬듯 오늘도 우리는 게임을 합니다. 오늘도 게임화는 계속된다. 오늘도 게이미피케이션은 진행형이다. 게임을 게임이라 당당하게 부르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한다. '메타버스'도 게임화의 하나라고 모두가 말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몇 년도 못 가서 '메타버스'라는 버즈워드가 사그라지면 그때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실제, 2020년부터 뜨겁게 달구던 메타버스는 3년도 못되어 사그라들었다.  메타버스와 게임이 다르지 않음을 게임연구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 많던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어디갔을까?


'메타버스 사피엔스'라느니 '메타버스 신대륙'이라느니... 온갖 신문과 방송에서 메타버스 특수를 누리셨던 '메타버스 전문가' 여러분 안녕하신가요? 지금은 또 무슨 전문가가 되셨을까 궁금하다.



[1]  https://www.news1.kr/articles/?4389374 

   국회 입법조사처의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는 보고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룬다.


[2]  트랜스미디어는 '초월'을 의미하는 트랜스(trans)와 '매체'를 의미하는 미디어(media)를 합성한 것으로 전통적인 한 가지 미디어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 결합, 융합된 미디어를 말한다. 트랜스미디어의 개념은  ‘헨리 젠킨스’에 의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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