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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임연구자 김정태 Oct 05. 2021

20대 93%, '메타버스=게임 유사'하다고 인식

'메타버스'는 재미요소가 다소 빠진 '만들다 만 게임'

2007년 ASF재단에서 '메타버스' 정의를 발표한 이래로 국내의 연구자들이 가만히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물론,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 [1]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시 (snow crash, 1992) [2]을 원서로 읽었던 국내 연구자는 소설 속 '메타버스'라는 이름에 매료되어 연구 주제로 삼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당시, 국내에서는 한글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연구자들에게는 한 참 전부터 회자되었던 키워드다.  메타버스의 효시 격인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가 붐이 일던 십 수년 전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논문과 언론 기사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3]


디지털 타임즈. “IT 신조어로 정보사회 키워드 읽는다”. 2009.04.09

한국정보사회진흥원 발표 ( 2009. 04 )


1.  십 수년 된 해묵은 '메타버스'의 재소환 이유


2007년 메타버스 정의 발표에 이어 수년간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과 언론의 기사들이 쏟아졌었다. 그런데, 십수 년이 지난 지금 핫 키워드가 되었을까? 


십여 년 전의 한국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인식은 거의 '최악'의 상황이었다. '온라인게임'이 급팽창하던 터라, 사회면에 게임의 부정적 측면을 다룬 기사들은 도배를 했고,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이유로 '게임 셧다운제' 논의가 한창 수면 위로 오르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게임 같은~'주제를 원하던 연구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 같은~' 콘텐츠였던  '세컨드라이프'류의 카상현실 커뮤니티는 실험적인 콘텐츠였기에 게이머들에게도 도전이었고, 관계당국에도 고민거리였다. 문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하였기에 십 수년 전의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나 관심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2020년의 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코로나19에 기인한 '강제 비대면 시대'의 장기화되면서 WHO까지 나서서 집에서 '게임 같은~' 비대면 여가활동을 권장하였다. WHO는 게임을 질병코드에 등재까지 했던 장본인이다. '게임 같은~' 활동에 걸맞은 것은 당연 '메타버스'였다. 


게임을 공부의 적으로 삼는 이상한 나라의 학부모들도 게임은 안 되지만, 메타버스는 권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청소년 건강을 위해서 게임에게 직접 면죄부를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를 놓칠세라, 대형 교육기업에서는 '메타버스 공부법'이니, '메타버스 수학', '메타버스 과학'이라면 대대적인 광고까지 해댔다. 알고 보면 1980년대부터 만들어져 왔던 '기능성 게임' 또는 '교육 게이미피케이션'이 메타버스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2. 있어 보이는 애매한 용어 '메타버스'


아울러, '메타버스(MetaVerse)'가 재소환되었던 이유에는,  메타버스라는 말 그 자체가 '있어 보이는' 것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가상현실보다는 '메타버스'가 뭔가 더 괜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MetaVerse = Meta+Verse' 다.  메타(meta)는 ‘초월’, ‘상위’의 의미인 접두어고, "위치, 상태의 변화"와 관련 있다. 버스(-Verse)는 유니버스(Universe)의 뒷부분이다.


'메타(Meta-)'로 시작하는 '메타 연구'는 여러 연구 자료 결과들을 바탕으로 '새 연구'를 하는 것을 칭한다.  이런 면에서, 'Meta'는 '중첩' 또는 '멀티(Multi-)에 준하는 말로 생각해도 좋겠다.  그리고,  최근에 마블(Marvel)과 DC코믹스의 판타지 영화들이 크게 흥행하면서, '유니버스'라는 말에 익숙한 MZ 세대들에게는 '버스(-Verse)'는 전혀 부담 없이 다가왔을 게다.


 게다가 '버스'라는 탈것과의 '중의적'표현과 맞물리면서 '빨리 타라'고 부추기기까지 하니, 대표주자 로블록스(Roblox)를 필두로 '메타버스 신드롬'을 일으킬만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블록스'개발사는 '로블록스 게임즈'다.

메타버스 열풍을 일으킨 게임 '로블록스(Roblox)'의 스크린샷



3. 게임 때리던 국회, 메타버스는 '특급 대우'


지난 2021년 7월 28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메타버스(Metaverse)의 현황과 향후 과제'라는 제호의 보고서가 발행되었다. 이는 주요 매체 대부분에서 기사화하였는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음을 가늠케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10여 년 전에 '메타버스'는 주목할 만한 신기술로 기사화되었다. 또한, '메타버스'관련 논문도 여럿 출판되었다. 그런데, 당시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연일 '게임'때리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정치권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강제 셧다운제'를 2010년에 발의하였고, 지금도 시행 중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되었지만, 선택적 셧다운제는 시행되고 있다.


2012년, 정치권이 게임에 대한 적개심의 최고조는 '게임 중독법' 발의였다. 당시 여당 대표는 '게임을 악의 축'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고, 게임을 마약과 동일시하여 4대 중독물질로 취급하여 '컨트롤 타워'를 세워 관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매출의 일정을 기금으로 걷어야 한다고 발의도 했다. 


십수 년 동안 게임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던 정치권의 중심 연구기관인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메타버스에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특급(?) 대우 중이다. 더욱 납득 안 되는 것은 '메타버스'는 '게임'과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 '메타버스'는 특급 칭찬하면서, 그 뿌리인 '게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는 버젓이 작동하고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게임과 메타버스가 "다르다"라는 판단이 다행이라고까지 거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게임과 메타버스가 다르다"라며 제시한 차이점을 보자.


1)  앞으로의 상황과 해야 할 일이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니라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개방형 구조라는 점, 

2) 본인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가상세계는 종료되지 않고 지속된다는 점, 

3) 구성원의 합의나 서비스 제공자의 불가피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가상세계는 처음으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  


등 3가지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게임과 메타버스의 차이점이라며 발표했다.   


여러분들은 동의하는가?  그간 게임에 아무 관심이 없거나, 게임에 대해 부정적(적대적)이었던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아마도 십중팔구는 


'아하 이렇게 신기한 기술이 '메타버스'라는 요물이구먼..'

'메타버스가 참 괜찮은 기술이구먼...'  ( 이에 대해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


바로 이 지점이다. 게임 좀 해본 분들이나, 게임 연구자 또는 게임화 등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4. 20살 대학생 93% , '메타버스 = 게임과 유사'하다고 인식 


필자는 매년 70명 여명의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신입생으로 받고 있는 게임학부 교수다. 1-4학년까지 하면, 근 300명에 달하는 '게임'을 공부하고 창작하는 미래의 게임인들과 생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학기 초 '메타버스'주제로 조사과제를 냈고 토론도 했다.

 

신입생  70여 명을 대상으로 게임과 메타버스 상관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표본의 공정성을 위해, 고학년을 배제한 1학년을 대상으로 '게임과 메타버스의 상관관계'리포트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그 결과, '메타버스'와 '게임'을 동일시하거나 메타버스를 게임의 한 장르로 인식하는 학생은 68.97%에 달했다.  이 중, '메타버스=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1.38%이며, 메타버스는 게임의 하위 장르라는 반응도 27.59%로 나타났다. 또한, 메타버스의 한 영역이 '게임'이라는 응답은 17.24%였다.


이로써, 메타버스는 게임 그 자체이거나 게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응답은 86.21%를 차지했다.


반면, 게임과 메타버스에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응답은 6.9%였으며,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명히 '분리'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6.9%로 나타났다.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1학년 70여 명을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게임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다.


게임학부 학생들의 반응은 10중 8,9는 '메타버스'는 '게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제자들은 "


메타버스는 재미요소가 다소 빠진  게임


이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메타버스'과열 현상에 대한 한 학생의 주장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게임을 4대 중독물질에서 제외할 바에는 마약을 빼겠다 던 정치권이었다.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는 국회 입법 사무처의 발표는 '게임=마약' 등식에 저항해 온 게이머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게임은 신생 문화다’라는 메시지가 ‘메타버스’ 열풍에 흐지부지된 것 같다.


메타버스의 열풍에 어물쩍 편승하여, '게임과 메타버스'를 갈라놓으려 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국회다. 자칫, 이번 국회 입법조사처의 결과 보고서가 또 하나의 '셧다운제' 또는 '게임중독법'이 되는 것은 아닐까?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1]   Neal Stephenson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출판사별로  '닐 스테펜슨' 또는 '닐 스티븐슨'으로  달리 표기하고 있다. 원어민에게 확인해 보니. '스티븐슨'에 가까운 발음을 하기에, 본고에서는 '스티븐슨'으로 한다.


[2] Snow Crash의 발음도 출판사에 따라, '스노우 크래쉬', '스노 크래시'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미국에서 '마약'의 은어로 사용되고 있는 '스노우'라는 발음을 따서 표기하기로 한다.


[3] 10여 년 전의 '메타버스'관련 연구와 기사에 대해 후속 글에서 더 다루도록 하겠다.

이전 04화 그 많던 '메타버스' 전문가는 어디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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