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임연구자 김정태 Oct 06. 2021

메타버스, 27년 전 MMOG의 환생인가?

'메타버스'로 둔갑하는 VR/AR/XR/MR, 가상/증강/확장/혼합현실

이번 글에서는 메타버스의 정의가 국내에서 왜 이렇게 애매모호해졌는지 따져보자. 1992년, 메타버스란 말이 소설에 등장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특히, 왜 그렇게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가 분분할까?



1. 1992년 소설 속 '메타버스 정의'도 부족하지 않았다.


자구 그대로 보면, '메타버스=가상현실'이다. 2007년 ASF재단에서 이미 '확실히' 메타버스의 개념과 정의를 밝혔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대한민국의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정의가 모호하다며 자신만의 정의를 피력하기에 분주하다. 이번 글에서는 메타버스의 정의가 왜 이렇게 '모호'해졌는지, 그리고 투 머치(Too Much) '확장' 중인지 살펴보자.


'메타버스'라는 말이 처음부터 그렇게 모호하진 않았다.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는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만들어낸 전혀 다른 세계, 이런 가상의 장소를 전문용어로 '메타버스'라 부른다

라고 표현되어 있다. 1992년에는 이 표현도 사실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닐 스티븐슨은 '고글과 이어폰을 통해 만들어낸 전혀 다른 세계'를 '메타버스'라고 불렀다. 

.

2. 2007년 ASF재단의 '메타버스 정의'로도 충분하다.


2007년, 미래 가속화 재단(ASF)에서 「메타버스 로드맵 보고서」가 발표된다.  ASF는 


가상적으로 향상된 물리적 현실 &
물리적으로 영구적인 가상공간의 융합


이라고 메타버스를 정의 내렸다. 그리고, ASF는 정의에 이어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 대한 예시로서 4가지 유형의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가상세계, 거울세계'라고 말이다. 


이어서, 2013년, 미국전기전자학회(IEEE)는 '가상으로 정의된 시간에 존재하는 객체, 거주자 및 관계를 포함하는 가상공간 환경'을 메타버스로 세분했다. 이 정도면 직관적인 정의에 속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리지널 메타버스 정의를 내린 ASF와 세계적인 권위 있는 IEEE의 발포쯤은 안중에도 없다. 엄연한 메타버스의 정의와 예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전문가들이다. 국내의 참칭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ASF정의를 제멋대로 '확대'해석하여 핏대를 세우며 강요하기까지 한다. 


물리적인 우주를 초월한 새로운 공간이란 의미라느니... 

기존의 가상현실보다 진보되고 복잡한 개념이라느니... 

웹과 인터넷 등 가상세계가 현실 세계에 흡수된 상태라느니...


한 술 더 떠서, 대부분의 자칭 타칭 'K-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이 4가지 유형이 메타버스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우긴다. 자신만의 신비로운 메타버스 핵심요소가 담긴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신이 최고의 메타버스 전문가라면서, 메타버스에 올라타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큰일이라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버스에 올라타지 않아서 무슨 일이 생겼나?



3. K-메타버스 선구자들의 반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역시 이상한 나라다 (이번엔 좋은 의미로)


17년 전 한국에서 이미 '메타버스'에 대해 깔끔하게 정의 내렸고, 상당한 이론적 토대를  열심히 닦아놓았다, 이 사실을 아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의 K-연구자들은 무려 17년 전에 '메타버스'관련 논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미래 가속화 재단(ASF)'의 메타버스 정의 발표보다 1년 앞선다.   


대한민국은 역시 '메타버스 연구'도 세계 최고다. 가히, 'K-메타버스'라 부를 만하다.  17년 전 K-메타버스 연구자 손강민 등(2006)의 메타버스 정의를 보자.


사람들이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게 되는 가상의 세계


어떤가?  K-메타버스의 정의가 훨씬 잘 이해되지 않는가? "아바타가 있는 가상세계" 참 깔끔하지 않은가? 


대체, 17년이 지난 지금의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깔끔한 정의를 계승 발전시키면 될 일이다. 그리고, ASF재단에서 제시한 확실한 정의도 그만하면 명료하다. 그런데, 자칭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왜 자신만의 또 다른 메타버스 정의를 내놓는 것인가? 그러면서 메타버스의 정의가 모호하다느니, 계속 확장하는 메타버스라느니 떠든다. 


그 저의가 몹시 궁금하다. 2-3년 전 메타버스 열풍의 주역들은 이제 뭐 하시는지 보라. 검색해 보시길... 



4. 17년 전에 K-메타버스 연구자들 가라사대


17년 전 당시의 K-메타버스 연구자의 메타버스 정의로 돌아가 보자.  당시 메타버스를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게임형 메타버스'와 '생활형 메타버스'


게임연구자로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하나의 현상이 메타버스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양분한 이 개념이 가장 맘에 든다. 직관적이다.


또한, K-메타버스 연구자들은 MMOG 같은 '게임형 메타버스' 이후에, '생활형 메타버스'가 등장했다고 명확히 했다.  류철균 등(2007)은 메타버스를  

생활형 가상세계 혹은 실생활과 같이 사회, 경제적 기회가 주어지는 가상현실 공간

이라고 정의 내렸고, 서정은(2008)은 

가상공간(주로 3D)과 현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며 방식 그 자체

라고 정의했다. 어떤가 17년 전에 한국의 K-메타버스 연구자들의 정의는 분명하지 않았던가.


15년 전 한국의 연구자들의 메타버스 정의는 명확하였다.



5. 메타버스, 27년 전 MMOG의 환생인가?  


대체, 국회 입법조사처의 '메타버스와 게임은 다르다'라는 발표는 대체 무슨 근거인가 다시 궁금해진다.  이미 17년 전 닦아 논 '연구결과'를 비대면이라는 특수상황에 소환하여 올라탄 것은 아닐까? 


2023년 현재의 메타버스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그간 빛 못 보던 VR/AR/XR/MR, 가상/증강/확장/혼합현실 기술을 '메타버스'라는 뜨거운 키워드로 '둔갑'시켜 환생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대학 신입생 제자의 최근 메타버스 현상에 대한 분석 보고서의 문구가 맴돈다. 메타버스의 정의가 모호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지적 중의 하나가 아닐까?


온라인게임 MMOG* 장르가
27년이 지나서야 '메타버스'로 둔갑하여 '의미 부여' 받기 시작한 것 같다




* MMOG : Multi Massive Online Game의 약자로 '다중 접속 온라인게임'을 말한다. 

이전 05화 20대 93%, '메타버스=게임 유사'하다고 인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